"읍참마속 주저 말아야"···與 중진, 김기현 대표에 쏟아낸 쓴소리는

유승목 기자, 민동훈 기자 2023.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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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2.


거대야당의 입법공세와 지지율 답보로 부침을 겪는 김기현 대표 지도부의 면전에서 여당 4·5선 중진 의원들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중진 의원들은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발언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주문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당내현안과 내년 총선전략에 대한 중진들의 의견을 들었다. 전임 이준석 대표 체제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연석회의에는 전임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한 정진석 의원(5선)과 전임 원내대표를 맡은 주호영 의원(5선)을 비롯해 당내 14명의 4·5선 의원 중 8명이 참석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당 중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지지율이 답보하며 당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달란 주문이다. 이날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기강 잡기에 나선 김기현 대표가 우선 무게감 있는 중진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당이 겪은 여러 고비마다 중진의원들이 든든한 기둥이 돼 줬다"며 "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여러 가지 무리한 입법을 강행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혜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중진들께서 김기현 대표를 앞장서서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진들은 지도부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고언을 쏟아냈다. 최고위원들과 전광훈 목사의 리스크부터 단호히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우택 부의장은 "당의 중심인물들이 집권여당의 품위와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라며 "이제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도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는 것은 지도부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만일 읍참마속 해야할 일이 발생했다면 주저하면 안 된다"라며 "단칼에 해치우지 않으면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고 했다.

홍문표 의원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설정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 흘러들어오는 얘기론 전 목사가 20~30만 (당원을) 우리 당에 심어놓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틴다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며 "목사 손아귀에 움직여지는 그런 당이 돼선 안 된다. 당론으로 이 문제를 결정해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지도부가 회의할 때 30분 전에 티타임도 하지 않느냐. 그날 나가야할 발언이 있으면 방향을 정해야한다"라며 지도부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2.


총선 승리를 위해 정책역량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와 합을 맞춰 다양한 정책을 선보일 수 있는 집권여당의 이점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중진들은 야당인 민주당과 비교해 김기현 지도부가 내세우는 민생·정책 이슈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우택 부의장은 "김기현 대표가 국회의원 수를 30명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국민들에게)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당론으로 정해 관철해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신뢰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5선)도 "비례대표제 폐지, 의원정수 줄이는 것을 내년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정식으로 이 자리에서 요청한다.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포기도 총선 공약에 넣어야 한다"며 "말로만 의원 수 없애겠단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병수 의원(5선)은 "정치는 경제와 직결된다.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쪼들리면 짜증나는데 정치인들 싸움박질하는 모습만 노출되면 집권여당을 원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라며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춰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정 부의장도 "당 정책위가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며 "(예를 들어) 수출대책 어떻게 하는지 당이 주도해서 발표시키거나 전문가와 협력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선승구전이란 말이 있다. 먼저 이길 준비를 다 해놓고 전쟁은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선거도 마찬가지"라며 "사람을 미리 찾아 준비시키는 게 대단히 중요하고, 공천원칙을 빨리 확정해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천제도를 관철해야 한다. 지도부가 시간을 놓치지 말고 두 요인을 빨리 챙겨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여당 중진 의원들은 쓴소리를 하면서도 지도부를 뒷받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병수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지도체제가 완벽하게 갖춰졌기 때문에 당이 활력있는 본연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김기현 체제가 잘 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대표는 "의미있는 말씀 잘 새겨 듣겠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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