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가츠가 가져간 유격수, 기록 봤다면 김하성이 ‘정답’

차승윤 2023. 2.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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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사진=게티이미지


이름값과 계약 규모로 밀렸다. 하지만 기록은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수비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국가대표 유격수로 출전하는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주전 유격수로 뛰지 않는다. 올스타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3600억원) 계약을 맺어 김하성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름값만 보면 얼핏 타당하다. 보가츠는 2013년 데뷔해 메이저리그(MLB) 통산 10시즌 1264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그중 1192경기를 유격수로 나섰고, 올스타전DP도 4차례 출전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보가츠에게 밀린 김하성을 올 시즌 2루수로 내보낼 전망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지표만 살펴보면 두 사람의 자리가 바뀌어야 한다. 미국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로 불리는 톰 탱고는 지난 18일(한국시간) 개인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인 '탱고타이거'를 통해 "보가츠는 2022년 수비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전했다. 올 시즌 보가츠는 OAA(타구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한 평균 대비 아웃 창출) +5를 기록한 바 있다.

구체적인 기록을 살펴보면 포지션 적합도가 달라진다. OAA를 제공하는 베이스볼서번트는 출전 포지션뿐 아니라 실제 수비 위치를 기반으로도 수비 실적을 평가한다. 수비 시프트가 파격적으로 이뤄지는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출전 포지션과 실제 수비 위치가 다른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탱고는 "보가츠는 매 시즌 내야 오른쪽에 설 때 훨씬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2022년에 그랬다. 2021년 이전, (타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첫해인) 2016년까지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잰더 보가츠(가운데)의 입단식 모습. AP=연합뉴스


탱고의 설명에 따르면 보가츠는 유격수 출전 경기를 합치면 OAA +5를 기록했지만, 실제 유격수 위치에서는 OAA -1에 그쳤다. 평균보다 못한 유격수였던 셈이다. 대신 2루수 위치에서 수비할 때는 OAA +5를 기록했고, 3루수 위치에서도 OAA +1을 남겼다. 탱고는 범위를 2020년 이후로 넓혔을 때 보가츠가 유격수 위치에서 OAA -12, 2루수 위치에서 +5를 기록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2016년 이후 통산 성적을 찾아도 유격수 위치에서 OAA -41, 2루수 위치에서 +7로 차이가 컸다. 올스타 유격수인 보가츠에게 맞는 옷이 사실 2루수였다는 뜻이다.

보가츠와 달리 김하성에게 가장 맞는 옷은 유격수였다. 김하성은 최근 2시즌 동안 유격수 위치에서 OAA +8을 기록했고, 2루수에서는 +2를 남겼다. KBO리그에서 오랜 시간 유격수로 뛰었던 만큼 유격수에 있을 때 가장 좋은 수비 효율을 나타냈다. 기록만 보고 판단한다면 유격수 김하성과 2루수 보가츠가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합이다.

2023시즌부터 MLB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금지한다. 내야수들은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반대쪽에 넘어갈 수 없다. '유격수' 보가츠도 가장 안정적이었던 '오른쪽 내야'가 아닌 불안했던 유격수 자리만을 지켜야 한다. 

기록이 그렇다고 포지션이 바뀔 가능성은 작다. 유격수 포지션에 자부심을 느낀 보가츠이기에 유격수를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김하성일지라도 보가츠의 입지를 흔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해 주전으로 뛰었던 김하성이다. 자신의 장점만 유지한다면, 기회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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