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노트] '작심발언' 추신수를 위한 '변명'

장성훈 2023. 1. 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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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기자가 처음으로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 스타디움을 봤을 때, 그것은 충격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보기만 해도 눈의 피로가 사라질듯한 녹색의 그라운드, 그리고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색 물보라 조합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할 말을 잃고 그저 그라운드를 멍하니 바라보던 기자는 "이런 곳에서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것은 죄악이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한국 야구 경기장을 떠올렸다. 잔디가 아닌 맨땅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와 콘크리트 외야 펜스에 부딪쳐 쓰러지는 외야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야구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 구장 운영 방식은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경기장을 소유한 구단은 다저스와 양키스 등 몇 개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구장은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민간 컨소시엄형태로 구성돼 있다.

구단들은 장기 임대 형식으로 경기장을 사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야구장에 재투자한다. 말이 임대지 사실상 수십년 동안 자기 소유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더 정성을 들여 구장을 관리한다. 구장 자체가 팬서비스의 일환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KBO 리그도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경기장 건설비용을 구단측이 일부 부담하는 대신, 지자체로부터 경기장 장기 임대권을 획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인천 SSG 랜더스 필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등이 그렇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는 경기장을 공공재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지자체가 운영권, 광고권을 다 가지면서 팬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구단 수익은 입장료밖에 없다.

추신수는 이런 구장들의 열악한 시설을 지적했다.

이른바 '학폭' 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안우진의 WBC 대표 팀 제외에 대해 추신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도덕군자'만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한국의 정서 때문에 안우진이 올림픽과 아시안 등 국가 대항 종합대회에 태극 마크를 달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WBC는 일종의 이벤트성 대회로 성격이 다소 다르다.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 대표로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적 문제도 매우 완화됐다. KBO 차원에서 안우진을 대표 팀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KBO는 안우진을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학폭' 문제 때문에 대표 팀에 발탁할 수 없다면 골든글러브상도 주지 말아야 한다.

대표 팀 합류와 KBO 성적은 별개라고?

KBO는 해외 도박 파문을 일으킨 오승환을 WBC 대표 팀에 합류시킨 바 있다.

해외도박과 '학폭'은 다르다고? 도박은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는 '학폭'만큼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 추문, 음주운전 등의 문제에 연루된 선수들이 징계 등 대가를 치르고 나면 그들에게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음주운전을 한 추신수도 그런 케이스다.

추신수는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는데 왜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한 것이다.

이는 추신수가 음주운전을 한 후 대가를 치르고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기회를 발판으로 추신수는 대성공했다. 안우진에게도 그런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같은 추신수의 발언은 강정호의 예처럼 한국 정서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용서는 쉽지 않은 듯하다"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추신수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다 치른 강정호도 KBO에 복귀해야 한다.

다만, 추신수는 안우진과 같은 미래 의 한국 야구를 짊어질 전도양양한 선수에게 자비를 베푸는 게 어떠냐는 읍소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추신수는 또 세대교체를 제안했다. 언제까지 김광현, 김현수를 대표 팀에 차출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사실 한국 스포츠는 야구 뿐 아니라 전 종목에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세대교체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처럼 인적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사실상 역삼각형의 구조를 갖고 있다.

고등학교만 보자. 미국에는 1만5천개 팀이 있다. 프로 신인 드래프트 자격 선수만 무려 14만 명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고등학교 팀 수는 약 4천 개다.

한국은 70개 고교 야구팀을 갖고 있다.

추신수는 한국도 미국과 일본처럼 야구 인적 인프라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아닐까? 그래야 김광현, 김현수 등 노장들이 아니더라도 대표 팀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KBO의 열악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KBO는 그의 지적을 겸허하게 청취해야 한다. 그동안 이런 지적을 공개적으로 한 야구 선수가 있었는가?

그렇게는 못할 망정 그의 과거의 행적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 아니다.
이러니 그의 말처럼 KBO 인프라가 아직도 더블A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닐까?

오해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추신수의 발언이 모두 옳다고 변호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건설적인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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