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지현 "재벌가 며느리? 모현민처럼 못살아요"

최지윤 기자 2022. 12. 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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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재벌집 막내아들' 최대수혜자 "과분"
특정인물 염두 NO…명품패션 참고
"연기하면서 통쾌…대리만족"
스승 조한철과 호흡 감격

박지현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탤런트 박지현(28)은 JTBC 종방극 '재벌집 막내아들'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현성일보 사주 장녀 '모현민'(박지현)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원작 웹소설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선 당돌하고 야망이 큰 인물로 그려졌다. 물론 여주인공인 검사 '서민영'(신현빈) 매력이 반감 돼 더욱 주목 받은 경향도 있다. 박지현은 지난해 초 모현민과 서민영, 미라클 애널리스트 '레이첼'(티파니)을 두고 오디션을 봤다며 "간절해서 '뭐라도 시켜주면 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최대수혜자'라는 수식어는 과분하다. 캐스팅 라인업을 보고 훌륭한 선배들과 같이 연기하게 돼 영광이었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닌 선배들 덕분이다. 촬영장에서도 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 극본이 재미있고 캐스팅이 화려해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내가 출연했지만, 진심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한 것도 오랜만이다."

이 드라마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현민은 단순히 악녀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야망이 크지만 발톱을 숨기곤 했다. 원작을 보지는 않았다며 "많은 패를 숨기고 있어서 표정 등 외적인 부분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했다. 강약을 조절해 단어와 문장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며 "실제로는 털털하고 야망, 욕심도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현민처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환경, 재력 등을 완벽하게 갖춘 삶을 사는 게 쉽지 않고, 드라마라서 가능한 부분도 없지 않다. 시청자들이 평소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 이루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욕망과 열정을 여과없이 보여줘 대리만족하지 않았을까.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통쾌했다. 솔직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스로도 대리만족했다."


초반에 현민은 순양그룹 총수 '진양철'(이성민)에게 총애를 받는 도준에게 호감을 보였다. 거절 당한 뒤 장손 '진성준'(김남희)와 결혼했다. 도준을 유혹할 때 치명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감독님도 그 신을 중요시 했다. 현민 분량이 많지 않은데, 좀 더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신이었다"며 "성준과 정략 결혼을 앞두고 도준에게 (사업을) 제안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짚었다. "송중기 선배도 많은 제안을 해줬고, 잘 이끌어줘서 좋은 신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현민을 포함해 다양한 캐릭터가 실제 재벌가를 연상케 했다.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면서 "스타일링 할 때도 재벌가를 참고하지는 않았다. 시대극이라서 그 시절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 패션쇼를 많이 찾아 봤다. 유행은 돌고 돌지 않느냐. 지금 그 시절 옷을 입고 나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현민처럼 옷을 좋아한다며 "직접 빈티지숍에서 옷을 구입해 입기도 했다. 모자도 직구했다. 매 신 메이크업, 의상에 맞춰 손톱도 다르게 했다. 방송에선 잘 안 보였는데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신부 대기실 신을 꼽았다. "현민이 처음으로 성준의 이면을 알고, 문을 잡고 나가려고 하지 않았느냐. 연출적으로 '결혼을 포기하려는 걸까?'라는 착각이 들 때 화면이 겹쳐지면서 성준 손이 올라갔다"며 "난 대사가 많지 않았는데, 남희 선배가 연기를 잘해서 자동으로 리액션이 나오더라. 진심으로 화가 많이 났고, 그 때 감정이 가장 격정적이었다"고 털어놨다.

"난 재벌가에서 못 살 것 같다. 물론 다양한 재벌가 며느리가 있겠지만, 현민의 삶으로만 봤을 때 나는 그렇게 못 산다. 시집살이 하면서 현민의 색을 잃어가 굉장히 딱했다. 20대 패기, 열정이 결혼으로 인해 사그라지지 않았느냐. 다른 목적이 생기긴 했지만 당연해져 가는 현민의 삶이 안타까웠다. 난 하루하루 소소하게 사는 게 행복하다. 연기도 돈이나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평생 하고 싶다."


이성민(54)을 비롯해 조한철(49), 김신록(41) 등과 호흡하며 배운 점도 많다. 데뷔 전 조한철에게 연기 수업을 받았는데, 작품에서 만나 애틋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2022)에 이어 두 번째다. "마지막 레슨 때 '우리 이제 현장에서 보자'고 했는데, 몇 년 뒤 이뤄져 감격스러웠다. 이번에 독대하는 신도 있어서 행복했다"며 "한철쌤이 익숙한데 '무슨 선생님이야. 우리 이제 동료야'라고 하더라. 대선배들이 많아서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 선배들한테 칭찬을 많이 해줘서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인기가 높아지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 2019년 SBS TV 예능물 '런닝맨'에서 스무살 때 몸무게가 78㎏이었다고 밝혔는데, 과거 씨름선수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씨름의 시옷자도 꺼내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짧게 수영을 했지만, 씨름 모래판도 밟아본 적이 없다. 말도 안되는 루머로 인해 특정 씨름 선수 사진이 거론돼 놀랐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께 '연기하고 싶다'고 졸랐다. '서울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갑자기 공부를 시작했다"며 "수능 준비를 하다 보면 힘이 필요하니까. 많이 먹게 돼 급격하게 체중이 증량됐다"고 덧붙였다.

박지현은 아나운서를 준비하다가 연기자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 방송국 아나운서를 하며 꿈을 키웠지만, 이후 연기 매력에 푹 빠졌다. 연기 시작 전엔 자존감이 높았지만, 데뷔 후 수많은 오디션에 탈락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2017)로 데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유미의 세포들'(2021) 등에 출연했다. 영화 '곤지암'(2018) '앵커'(2022) 등에서도 활약했다. 내년 영화 '히든 페이스'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처음에 오디션 떨어졌을 때는 스스로에게 문제를 찾았다. '아직 많이 부족한가' '예쁘지 않나' 싶었다. 오디션은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게 아니라 감독님 생각 속 정확한 이미지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어느 순간 '이 캐릭터와 안 맞나 보다'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오면서 편해졌다. 떨어진 작품이 공개됐을 때 다 찾아보는 편인데, 캐스팅된 배우들이 인정됐다. '언젠가 나한테도 적합한 캐릭터가 찾아오겠지. 그날을 위해 갈고 닦아야지' 싶었다. 30대에도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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