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석, “사신, 드래그 퀸 연기도 과장 없는 자연스러움이 철칙”

2022. 11.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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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타운’부터 ‘킹키부츠’까지
올해에만 뮤지컬 3편째 ‘열일’
‘킹키부츠’ 원조 롤라로 전석 매진
“관객과 울고 웃어 행복한 날들...
‘킹키부츠’ 통하는 세상 왔다고 느껴”
‘죽음의 신’부터 ‘드래그 퀸’까지
과장없는 자연스러움이 배우로의 노선
배우 강홍석 [씨제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 한 해 명실상부 ‘열일’의 아이콘이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부터 ‘데스노트’, ‘킹키부츠’까지. 늘 새롭고, 색달랐다. 조금도 비슷한 색깔도 없었다. 배우 강홍석이다.

‘킹키부츠’는 강홍석에게 특히나 각별하다. 초연부터 다섯 번째 시즌까지 네 번의 롤라로 관객과 만났다. 세상의 편견과 억압에 맞서는 유쾌한 드래그 퀸 롤라는 또다른 주인공 찰리와 함께 폐업 위기 구두공장을 살리고자 아주 특별한 부츠를 만들며 각자의 꿈을 꾼다.

“2014년 ‘킹키부츠’ 초연 때만 해도 드래그 퀸(여장남자)이라는 말이 뭔지도 잘 몰랐고, 열린 시각도 아니었어요. 그 땐 롤라가 무대에 나오면 관객들이 박수를 쳐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8년이 지나고,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홍석은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며 “이제 ‘킹키부츠’가 통하는 세상이 됐다”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코로나19를 보내고 맞는 이번 시즌은 특히나 관객의 호응이 더 뜨거웠다. 서울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 12만 746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강홍석은 “오랜 시간 ‘킹키부츠’를 했는데, 이번에 더 많은 관객들께 사랑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많이 울고, 웃어 행복하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초연부터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 롤라를 연기하는 강홍석은 드래그 퀸 롤라 연기를 위해 “절대로 흉내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강홍석과 롤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2014년 초연 당시 무려 7번이나 오디션을 봤다.

“브로드웨이에서 롤라를 연기한 빌리 포터의 영상을 봤는데, 너무나 강렬했어요. 28년간 남성성을 가지고 살았는데 롤라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당시 100㎏ 초반까지 나갔는데 10㎏ 이상을 빼서 오디션을 봤어요.”

강홍석은 당시 자비 50만원을 들여 옷과 하이힐까지 제작해 오디션을 보러 갔다. 지금도 ‘킹키부츠’의 오디션 현장은 강홍석이 만든 문화가 이어진다. 남자 배우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래그 퀸으로 변신해 오디션을 보러 오니, ‘킹키부츠’는 무대뿐만 아니라, 오디션 현장도 화려한 쇼가 열린다.

“처음 캐스팅됐을 땐 너무나 기적 같은 일이라고 느꼈어요.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해오는 동안 드래그 퀸은 분명 멋진 문화가 될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생경하기만 했던 드래그 퀸을 무대에서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강홍석은 그만의 ‘철칙’을 세웠다. 그는 “절대로 흉내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여자를 표현할 때 일부러 여자처럼 행동하려 하고, ‘어머’라는 감탄사를 많이 쓰곤 해요. 전 절대로 ‘어머’라고 말하지 않기,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여자처럼 행동하려고 꾸미지 않으려 했어요. 드래그 퀸을 직접 만나 보고 느끼고, 대화도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어요. 너무나 감사한 경험이었죠. 그 경험을 통해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게 됐어요.”

뮤지컬 ‘킹키부츠’의 강홍석 [CJ ENM 제공]

20대 후반 처음 롤라를 만나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그는 “초연과 재연 땐 형들의 인생 경험과 성숙함을 따라갈 수 없었다”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잘 와닿지 않았던 롤라와 ‘킹키부츠’의 메시지가 곃혼도 하고 아빠가 된 지금은 조금은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대엔 3옥타브 솔까지 올라가서 고음역대의 롤라 넘버를 더 잘 부를 수 있었죠. (웃음) 지금은 그 때보다 노래는 못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전체적인 밸런스는 더 좋아졌어요. 억지로 흉내내는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무대 위 강홍석의 얼굴은 평범하지 않다. ‘킹키부츠’에선 건장한 드래그 퀸이고, ‘데스노트’에선 죽음을 관장하는 사신(死神), ‘하데스타운’에선 관객을 이끄는 가이드이자 해설자의 역할이었다. 분장도 화려한 데다,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인 데도 강홍석의 연기는 과장이 없다.

“배우로서 가지고 가는 저만의 노선은 바로 자연스러움이에요. 사실 뮤지컬 연기는 무대 위의 관객들까지 다 흡수해야 하기에 드라마 연기와는 달리 더 동작도 표정도 커야 해요. 뮤지컬 연기로 보여줘야 할 포인트는 다 보여주고, 안무로 엣지있게 표현하되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요.”

올 연말까지 ‘킹키부츠’의 전국 7개 도시 투어를 진행한 뒤 강홍석은 이제 다시 드라마로 돌아올 계획이다.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김비서가 왜 그럴까’, ‘호텔 델루나’, KBS2 ‘대박부동산’까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깊은 인상을 남기며 무대와 TV를 자유로이 오가는 배우다. 어느덧 데뷔 11년차가 된 그는 “아직 한참 더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 하고 싶어요. 존경하는 고창석 형, 황정민 형처럼 그런 길을 걸어가는 게 제 꿈이에요. 사람들과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저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그렇게 갈 것 같아요. 뮤지컬은 평생 해야죠.”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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