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마흔 살에 ‘신인상’… 노력하면 꽃 피는 시기가 와요”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신인상을 받고 12년 만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로 다시 신인상을 휩쓴 이 배우. 전미도(40)는 방송과 공연,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12월 1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는 파이에 인육을 넣어 파는 러빗 부인으로 관객을 만난다.
“어느 나이대가 아니면 못 하는 역할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익어가는 역할이 있는데 이 러빗 부인은 후자예요. ‘슬의생’의 채송화처럼 제가 착하고 똑똑한 줄로만 아실 텐데 정반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악하고 집요하고 섬뜩한 얼굴을(웃음).”
이 뮤지컬은 블랙 코미디이자 스릴러다. 주인공 스위니 토드는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억울하게 수감됐다가 15년 만에 돌아온 이발사. 그의 핏빛 복수를 러빗 부인이 돕는다. 6년 전 이 뮤지컬을 공연한 적이 있는 전미도는 “과거에 흠모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러빗 부인의 현실적 욕망이 이제야 이해됐다”며 “이번엔 환심을 사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나빠 보이기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되는 캐릭터에게 더 끌려요. 저 또한 그들처럼 부족한 구석이 있고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러빗 부인도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오랜만에 연습실에서 뮤지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편안하고 재밌습니다. 그런데 연기는 할수록 어렵고 미로에 빠져요.”
전미도는 연극 ‘3월의 눈’에서 장민호가 보여준 연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충격을 받았고 동료들을 데리고 한번 더 보러 갔다”며 말을 이었다. “좋은 연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때 목표를 정했어요. 나도 여러 장르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저 경지까지 가야겠다!”
배우 조정석과 전미도는 대학로 젊은 무명 배우들의 로망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청했다. “개똥 철학 같지만 7년 동안 자라지 않다가 갑자기 급성장하는 식물이 있다고 들었어요. 열정 잃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늘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반드시 꽃망울이 터져요.”
안방극장을 접수한 전미도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팔색조다. 이 배우는 연극을 할 때 긴 대사는 마치 노래하듯이 리듬을 살리고 반대로 뮤지컬에서는 대사를 하듯 노래를 하기도 한다. ‘스위니토드’는 지난해 작고한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을 추모하는 뮤지컬. 전미도가 출연하는 회차는 매진됐거나 표를 구하기 어렵다. 그래도 배우로서 부족한 건 뭘까.
“대극장에 서기에는 기럭지도 짧고 얼굴이 작아 뒷줄에선 잘 보이지도 않아요. 부족하다면 한없이 부족하죠.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장점도 있대요. 누구를 만나도 케미(호흡)가 좋고 작품마다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고. 하하.”
요즘 전미도에게는 드라마와 영화, 공연 제안이 쏟아져 들어온다. 잔인한 복수극부터 코미디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인생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연기에 다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삶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배우가 덧붙였다. “생일 때 받는 팬레터를 보면 ‘전미도 때문에 공연을 접하게 됐다’는 분들이 과반수예요. 그게 정말 감사해요. 저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연기를 여든 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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