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은지, 약속 잊지 않은 팬들과 의리

박상후 기자 2022. 11.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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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정신없는 와중에도 빛나는 의리를 보여줬다.

정은지는 수년 전 팬들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20대 중반 무렵 팬들의 요청이 계속되자 서른에 리메이크 앨범을 내겠다고 다짐한 그는 올해가 가기 전 총 다섯 개의 주옥 같은 트랙이 수록된 첫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를 발매한다.

사실 정은지에게 2022년은 데뷔 이래 가장 열심히 일했던 한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이핑크 완전체 활동을 시작으로, 예능 '산꾼도시여자들' '두 번째 세계'·드라마 '블라인드'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 촬영까지 멀티테이너로서 정말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럼에도 정은지는 팬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심한 끝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로그'는 여행과도 같은 정은지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을 통해 재해석해 다시금 '기록'한 앨범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의 명곡으로 구성돼 있다. 정은지는 첫 리메이크 앨범을 위해 곡의 선별부터 모든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트랙마다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녹여내기 위해 힘을 쏟았다.
정은지
- 2년 3개월 만에 솔로 컴백 소감이 궁금하다.
"이렇게 서른에 맞춰서 앨범이 나올 줄 몰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과 작품 때문에 조금 미뤄진 느낌이 있다. 사실 내가 뭘 해야 될 지에 대한 걱정이 지나서 나오게 돼 선곡의 고민이 짙었다. 그러다 보니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당연한 선택 중 하나였다. 20대 중반 어느 날 팬들이 리메이크 앨범을 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가볍게 던졌는데 그 말이 어느 순간 내 마음 속에 기정사실화가 됐다. 약속을 지키고 싶은 생각이 커서 꾸역꾸역 준비했다."
정은지
- 곡 선정이 어려웠을텐데.
"많은 명곡들이 내 눈앞에 있었다. 가수 정은지가 부를 수 있는 곡이 무엇일지 먼저 고민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방향성이 같은 곡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 편하게 부르던 다른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내 앨범으로 낸다고 하니까 이상하더라. 선곡이 가장 어려웠다."

-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
"대중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학창시절 집에 돌아오면 항상 부르던 노래였다. 나 혼자 방구석 여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당시 이 노래로 코인 노래방에서 전 재산을 탕진했던 적이 있다. 시기적으로 고민이 있었지만 편곡이 워낙 잘 돼서 계절 타지 않을 곡으로 바뀌었다."

- 조용필의 '꿈'이 수록곡에 있다. 허락을 받기 쉽지 않기로 유명한데 어떻게 설득했나.
"감정에 호소했다. 조용필 선생님이 '꿈'의 리메이크를 허락하는 데 상당 기간이 걸렸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곡이라 합격한 것처럼 좋더라. 최근 드라마 '수리남'에도 나오지 않았나.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져서 너무 기뻤다."
정은지
- 리메이크 앨범인 만큼 부담감도 상당했겠다.
"원곡자들이 검색해서 들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분들이 내 앨범을 들었을 때 창피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말 열심히 작업에 몰두했다."
- 원곡의 매력을 살리고자 어떤 노력을 했나.
"타이틀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같은 경우 베이스 라인의 인트로가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다. '그걸 깰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타이틀곡 선정을 망설였는데,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물어보니 괜찮다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 기타 사운드를 무조건 가지고 간 다음에 내 목소리를 최대한 잘 녹여내려 힘썼다."
정은지
- 고민이 많았던 시기가 언제였나.
"20대다. 엄청 치열하게 결과물을 만들려고 힘쓰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더라. 문젯거리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연기와 노래를 하면서 엄청난 만족도를 느끼지 못했다. 팬들이 만들어준 이미지와 진짜 내가 대립을 많이 했던 시기였다."
- 고민에 대한 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답을 찾으려 앨범을 만들지 않는다. 항상 부족함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마치 고급 노래방에 온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은지
- 앨범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사실 녹음이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다. 연습하다가 곧장 녹음실에 가서 작업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수록곡 '사랑을 위하여'는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믹스 과정 중 바로 앞에서 부르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자 노력했다."

- 올해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22년을 되돌아본다면.
"나는 서른 살이 되면 꼭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게 돼 행복하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예전을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올 한 해 동안 팬들에게 내 모습을 전부 보여드렸다고 생각했다."

- 정은지의 서른 살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일 때문에 치여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응원해 준 분들이 많아서 기뻤다. 여러모로 단단해져 가는 서른이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오늘이 찾아와서 행복하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마흔 즈음에'도 냈으면 한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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