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비극 현장에 자동심장충격기 2대뿐이었다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31 18:06

수정 2022.10.31 18:06

이태원 파출소·이태원역에 설치
심정지 4분내 사용 생존율 80%
설치 규정 불명확해 지역별 편차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자동심장충격기 부품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자동심장충격기 부품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단 2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직선거리 600m 가량 떨어진 6호선 녹사평역의 AED 등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위급 상황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AED의 의무설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3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서 구급 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필수적인 장비인 AED는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파출소와 6호선 이태원역 단 두 곳에만 설치됐다.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장소'에 설치하도록 하는 AED 설치 규정상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설치된 AED는 사고 당일 모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ED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위급상황 발생 시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치다. AED는 심폐소생술(CPR) 방법 숙지가 미숙한 시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심정지 골든타임(4분) 이내 CPR과 AED를 사용하면 환자 생존율을 80%까지 올릴 수 있다. AED는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과 공항, 선박 및 공공주택 등을 의무 설치장소로 지정·운영 중이다.

다만 AED 의무 설치 규정이 불분명해 대비책 마련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의 AED 설치 규정에 따르면 '빠른 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소' 또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장소'로만 지정할 뿐 몇 대를 어떤 방식으로 설치해야 하는 지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각 지역에서도 AED 설치 편차가 큰 편이다. 지난 29일 10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이태원역 인근에서는 단 2대가 운용됐지만 평상시 5만명 이하의 인원이 모이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는 5대가 설치돼 있다.

직선거리가 600여m에 불과한 녹사평역과 800여m 떨어진 한강진역에 설치된 AED도 사용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구급대원들이 1시간 뒤에서야 도착한 것을 감안, AED가 가까운 곳에 비치됐다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을거란 지적도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소방당국 관계자는 "구급대원들은 자체 장비를 사용할 뿐 역사내 비치된 AED를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ED 설치에 관한 규정을 손보고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최측이 없는 행사라 지자체나 경찰 등에서 적극적으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상시적으로 인파가 많이 몰리는 축제 등에 AED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설치 의무 관련 규정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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