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프라다를 좋아해" 1조 재산 英 수낵, 경제위기 비책은
#2020년 8월 영국 런던의 한 식당. 훤칠한 키의 남성에 와이셔츠 소매를 접어올렸다. 그는 양 팔에 접시를 올리고는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손님들은 깜짝 놀라며 그의 사진을 찍으려 했다. 리시 수낵 재무장관이었다.
수낵은 정부가 음식값 일부를 대신 내주는 코로나19 요식업 지원프로그램을 직접 홍보했다. 현지 매체는 "멋쟁이 리시가 저녁을 삽니다" (Dinner's on Dishy Rishi)라고 이 장면을 보도했다. 디쉬(dishy)는 영국 속어로 '쿨하다, 매력적'이라는 뜻.
1980년생으로 올해 42세. '차세대'로만 여겨지던 그가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조기사임 대혼란 끝에 영국의 새 총리가 됐다. 사상 최초의 비백인 영국 총리이고, 200여년만에 가장 젊은 총리다.
영국 내 인도계와 금수저 이미지가 잘 연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편견이다. 영국에 살며 '그러니까, 영국'(2021)을 쓴 윤영호는 "인도인이 받는 평균시급은 소수민족 중에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백인 영국인보다 높다"며 "리시 수낵은 성공한 인도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의 딸인 아크샤타 무르티는 미국 클레어몬트 맥케나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MBA를 땄다. 1980년생 동갑인 수낵 총리와는 스탠퍼드 시절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으며 2009년 결혼했다.
무르티 여사가 가진 인포시스 지분이 6억9000만파운드(약 1조1212억원)에 이른다. 영국 선데이 타임즈 부자 순위에 따르면 이것과 수낵 본인의 재산을 합쳐 부부는 약 7억3000만파운드(1조1900억원)를 가진 걸로 추산된다.
총리의 가족은 '런던의 강남' 격인 켄싱턴 지역에 아파트와 주택을 갖고 있다. 잉글랜드 북부에 저택을,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집 한 채가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런던의 고급 맞춤 양복점 거리 '새빌 로'(Savile Row)에서 산 정장을 입는다. 이 곳의 옷은 한 벌에 수천 달러에 달한다.
그는 2015년 총선에 당선된다. 하원의원(MP)이 된 수낵은 2016년 유럽연합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쪽에 섰다. 2017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2019년 보수당 대표로 보리스 존슨을 지지했다. 존슨은 총리가 되자 재무부의 장관(Chancelor) 아래 2인자인 수석장관(chief secretary)에 그를 지명했다.
수낵은 2019 총선에서 3선을 했다. 이때 마흔도 되지 않았지만 보수당을 대표해 선거토론회에 나가는 등 젊음, 역량 등에서 두루 존재감을 보였다. 그는 '올해 가장 섹시한 하원의원'(2020)으로 뽑혔다.
존슨 총리는 2020년 그를 재무부 장관에 올렸다. 2020년 2월은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지던 시점. 수낵의 재무부도 극심한 코로나19 충격을 버티는 데 운명을 걸어야 했다. 재정을 풀고, 식당 서빙에 나섰던 것도 그해다.
영국도 코로나 충격을 피하지 못하면서 2021년 재정적자 위기가 커졌다. 수낵의 재무부는 2023년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19%에서 25%로 올릴 계획을 제시했다. 영국 재무장관이 법인세 인상을 내세운 건 1974년 이후 47년만이었다. 일종의 금기를 깬 셈이다.
이어진 보수당 대표 경선은 수낵과 트러스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수낵은 전체 득표에서 밀려 당수와 총리 자리를 내준다. 하지만 의원 표에선 오히려 트러스를 제치면서 '차기'로 가장 유력한 위치에 섰다.
9월 취임한 트러스 총리가 이달 물러나자 수낵은 경선에 단독 입후보, 새로운 당대표이자 총리가 된다. 찰스 3세 국왕으로선 자신이 왕으로 처음 인준한 총리이기도 하다.
수낵 총리에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진다. 역시 문제는 경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가중되고 있다. 의기양양하게 다우닝가 10번지로 들어간 전임자는 감세정책이 역풍을 맞으며 그 집에서 44일만에 짐을 싸서 나왔다.
금융인 출신에 재무장관을 역임, 수낵 총리는 '경제를 좀 안다'는 강점이 있다. 첫 행보는 '안정감'이었다. 그는 26일(현지시간) 전임자가 임명한 재무·외무·국방장관을 유임했다. 내각 3대 요직으로 불리는 자리다.
수낵 총리의 리더십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영국 내각제의 특성상 그가 선거를 이끌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 탄소 감축, 평화 구축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발맞추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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