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로 버틴 3분기 0.3% 성장…4분기가 더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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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0.3% 성장했다. 시장전망치(0.1%)를 웃돌았지만 성장률 자체로는 지난해 3분기(0.2%) 이후 가장 낮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 위축이 본격화하는 데다 주요국 경기 둔화로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지며 4분기 역성장 전망까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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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3%를 기록했다. 전분기(0.7%)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둔화했다. 지난 1분기(0.6%) 이후 3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그나마 3분기 성장을 이끈 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다. 민간소비는 2분기(2.9%)에 이어 3분기에도 전분기보다 1.9% 늘었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5% 늘며 2분기(0.5%)의 증가 폭을 웃돌았다. 반면에 순수출이 성장을 갉아먹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1.8%포인트)로 전분기(1%포인트)보다 오히려 악화했다. 지난 2분기(-3.1%) 뒷걸음질쳤던 수출은 3분기에 1% 증가로 돌아섰지만 수입이 전분기 대비 5% 늘며 수출의 증가 효과를 상쇄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예상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4분기에 0%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해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어둡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2.9% 늘었는데, 3분기에는 1.9%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축소하고 있어서다. 건설투자 부진도 불가피하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대비 5.5% 감소하는 등 수출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4분기 역성장 우려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건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가 마지막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둔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민간소비와 기업 투자도 위축되며 4분기에 역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에는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에 한은의 통화정책 계산은 더 복잡해지게 됐다. 다음 달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 인상보다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증권 정성태 연구원은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음 달과 내년 1월 0.25%포인트씩 인상한 뒤 장기간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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