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소지섭의 진솔한 '자백'[인터뷰]

강주일 기자 2022. 10.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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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51k 제공.



말수가 적어 인터뷰어를 당황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소지섭, 시상식에서 한마디 짧은 수상소감으로 PD와 시청자들을 놀라게했던 그가, 달라졌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서일까. 결혼을해서일까. 소지섭은 최근 스포츠경향을 만난 자리에서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표정으로 영화 ‘자백’과 배우로서, 인간 소지섭으로서 다양한 얘기를 쏟아냈다. 정의로운 주인공 역할만 도맡았던 그는 이제 분량에 관계 없이 악역을 맡고 싶고, 달라지고 싶다고 했다.

배우 소지섭. 51k 제공.



■ ‘소간지’에서 ‘스간지’로

28년차 배우 소지섭이 처음으로 추리물에 도전했다.

“그동안의 연기에 지쳤고 한계가 왔다고 느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장르를 떠나서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때 감독님이 꼭 함께하고 싶다고 쓴 편지까지 받았죠. ‘모든 감독은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유민호가 산장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누가 봐도 무죄일 것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써 있었어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죠”

소지섭은 ‘자백’에서 잘 나가는 IT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 몰리는 유민호를 연기한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양신애 변호사(김윤진)과 손을 잡는다. 유민호의 진술을 바탕으로 양 변호사는 사건을 재구성한다.

​“등장부터 불륜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유민호는 나쁜놈인건 맞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정말 죽였나? 아닌가? 계속 그랬어요. 원작의 반전도 대단한데, 우리 영화는 반전을 찾아가는 중간중간이 훨씬 더 매력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저도 쫄깃하게 봤어요”

영화 ‘자백’ 에서 유민호 역을 연기한 소지섭.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원한대로 ‘누가 봐도 무죄’인 것 같은 선한 얼굴부터 ‘야비한 살인자’의 얼굴까지 극과 극을 연기한다. 그는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액션 보다 더 어려웠다고 했다. 함께 연기한 ‘스릴러 퀸’ 김윤진은 그에게 스릴러 연기가 잘 어울린다며 ‘소간지’아닌 ‘스간지’라는 별명까지 붙여 줬다.

소지섭은 “지금까지 이런 시나리오를 받아본 적도 없었고 이런 연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싸움을 해도 언제나 정의로운 쪽이었다”면서 “안해본 연기를 해보니 쾌감이 있고 매력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악몽을 꿨다. 이후에 빠져나오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자백’이 잘 되면 새로운 역할이 또 들어오지 않을까”라며 눈을 반짝였다.

영화 ‘자백’ 에서 유민호 역을 연기한 소지섭.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소지섭. 51k 제공.



배우 소지섭. 51k 제공.



■ 소지섭의 자백

28년차 배우 소지섭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영화 ‘외계인’에서 문도석역으로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외계인’ 에서 분량이 작긴 하지만 스스로는 너무 만족해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매력있는 캐릭터에 늘 열려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잘 주지 않으시더라고요. 독립영화도 좋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그래야 새롭게 할 수 있고 보는 사람도 새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날 매너리즘에 빠졌었다는 ‘자백’을 했다.

“더이상 나에게 새로운 면이 남아 있나? 궁금한게 있나? 고민에 빠져있었어요. 이번에 ‘자백’ 촬영을 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는데, 절대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감독님과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소지섭. 51k 제공.



사실 그에게 ‘소간지’라는 프레임을 28년째 씌우고 있는 것은 대중이다. 그는 마술사 옷도 입었고, ‘간지 간지 소간지’라는 다소 ‘웃기는’ 가사가 담긴 힙합 앨범도 9장이나 냈다. 또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쉽게 상영되지 못하는 수십 편의 독립영화 수입·배급에 투자한 투자자이기도하다. 그는 언제나 다정하고 또 다양한 얼굴로 우리를 만나고 싶어했다.

“앨범은 투어 때 팬들에게 제 노래를 불러주고 싶어서 낸 것이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팬들을 만날 일이 없어서 못냈어요. 순위차트에 올리려고 앨범을 만드는건 아니니까. 영화 수입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깜냥은 아닙니다. 함께 하시는 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고 있어요.”

배우 소지섭. 51k 제공.



■소지섭은 다시 시작이다

그는 어느덧 사십 대 후반으로 달려간다. 그럼에도 ‘자백’에선 그의 별명인 ‘소간지’다운 매력을 아낌없이 내뿜는다. 완벽한 슈트핏과 설레는 터틀넥 니트핏, 거기에 턱수염까지···양변호사 역인 김윤진과 팽팽한 밀당을 하는 장면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인 긴 손가락과 ‘간지 미간 주름’도 어김없이 뽐낸다.

그는 나이가 드니 서글프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나이가 드니 너무 좋아요. 젊은 친구들과 비교해서는 나이가 있는 편이고, 선배님들의 자리는 워낙 견고해서 넘볼 수가 없을 것 같고. 우리 나이 또래가 할 역할이 애매 해서 뭔가 구축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그래서 더 나이가 들어서 조금 더 편하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2020년 4월 17세 연하의 조은정 전 아나운서와 혼인신고를 해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40대 중반을 찍었고,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을 하며 인생의 절반을 돌았다. 결혼 후의 그는 달라졌을까.

“배우로서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인간 소지섭으로 볼땐 달라졌어요.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겨’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여유도 생기고. 또 다른 책임감, 기분 좋은 책임감이 생겼어요. 주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더라고요. ”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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