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낵 전 장관은 불과 작년까지 미국 영주권을 지녔다는 점이 알려지는 등 신변에서 크고 작은 잡음도 잇따랐다. 총리실 회의 전에 잠깐 열린 존슨 전 총리 생일파티에서 자리를 지켰다가 봉쇄 중 방역규정 위반으로 이들 부부와 함께 벌금을 부과 받았다.
특히 올해 초 인도 국적인 부인이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해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점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이는 영국 장기체류 외국인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낼 경우 해외 소득을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수낵 전 장관이 부인이 미래에 부모를 돌보러 귀국할 계획이 있으므로 제도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고 반발했으나 민심은 싸늘했다.
당시 그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증세를 추진하던 중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
그는 코로나19로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법인세율 인상(19→23%)을 발표했다. 영국은 2020년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천억파운드(490조7천500억원) 넘게 조달했다.
그는 또 일종의 소득세인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분담금률을 1.25%포인트 올렸다. 영국의 무상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코로나19로 인해 떠안은 부담을 해소하고 사회복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에 관해서는 당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으나 트러스 총리가 택했던 정반대 정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면서 수낵 전 장관의 노선이 옳았다는 사후적 평가도 나온다.
내각 경험이 길지 않은 수낵 전 장관의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그는 영국 경제가 봉쇄로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유급휴직 등 적극적 지원 정책을 펼쳐 호평을 받고 차기 주자로 도약했다.
그러나 수낵 전 장관이 지난번 선거에서 원내 경선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도 당원 투표에서 패한 데서 보듯 밑바닥 당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의 결정적 약점으로 꼽힌다.
트러스 총리가 내놓은 달콤한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이 '동화 같은 얘기'라는 그의 지적이 당시 당원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상식적인 대처주의자'라면서 세금을 줄이기 전에 먼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내각에서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서 사임을 촉발한 '배신자' 이미지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치권 한 인사는 "아무도 공개적으로 수낵을 인도계라서 뽑지 않는다고 말하진 않지만 당시 선거 결과를 보면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