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 비백인 총리 수낵..'자산 1조2000억원' 인도계 엘리트

박효재 기자 2022. 10. 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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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년 만에 최연소 기록 '눈 앞'
엘리트 코스·금융계 거쳐 정계 길로
부인은 세금 문제로 구설수 올라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인도계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42)이 24일(현지시간) 보수당 당대표 경선 절차 진행 중 단독 후보로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 총리가 됐다.

1980년 5월생인 수낵 전 장관은 아프리카 동부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인도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총리가 되면 1721년 초대 영국 총리 로버트 월폴이 취임한 이래 301년 만에 첫 비백인 총리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공개적으로 신앙을 밝힌 적은 없지만 힌두교 신자이기도 하다.

올해 만 42세 5개월인 그가 총리가 되면 1812년 총리에 취임했던 로버트 젠킨슨 전 총리(만 42년 1일)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갖게 된다.

수낵 전 장관은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를 둬 넉넉한 형편에서 자랐다. 명문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철학을 전공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했다.

2015년 총선을 통해 의회에 입성한 뒤, 2020년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에 의해 재무장관에 발탁됐다. 장관 재임 당시 실용적인 접근법에 정책 세부사항까지 훤히 꿰뚫는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존슨 전 총리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국민에게 호소했다면, 수낵 전 장관은 조용히 현명한 회계사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수낵 전 장관은 영국 부자 순위에 들 정도로 부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타임스가 올해 발표한 부자 명단에서 수낵 전 장관 부부는 자산 7억3000만파운드(약 1조1900억원)로 222위에 올랐다.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가 보유한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지분이 자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무르티는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군살 없는 몸에 딱 맞는 고급 양복을 갖춰 입은 모습은 이런 배경을 더욱 강조한다. AFP통신은 “그는 인스타그램에 친숙할 듯한 외모로 ‘섹시한 리쉬’(Dishy Rishi)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낵 전 장관은 불과 작년까지 미국 영주권을 지녔다는 점이 알려지는 등 신변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부인 무르티는 ‘송금주의 과세제’에 따라 수백만파운드 세금을 아낀 사실이 지난 4월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장기체류 외국인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내면 해외 소득에 대해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특히 그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증세를 추진하던 중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존슨 전 총리만큼 당심을 얻지 못하는 것은 수낵 전 장관의 약점으로 꼽힌다. 수낵 전 장관은 지난 경선에서 원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당원 투표에서 패했다. 영국 언론들은 그가 존슨 내각에서 가장 먼저 사표를 내면서 촉발한 배신자 이미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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