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이라는 '퀸'에 대하여[인터뷰]
그는 ‘퀸’ 이었다. ‘스릴러 퀸’ ‘원조 월드 스타’ 배우 김윤진의 수식어는 허투루 붙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백’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인터뷰 첫 마디로 기자를 홀렸다.
김윤진은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영화 ‘자백’에 대한 애정, 그리고 K-콘텐츠 신드롬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극 중 밀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변호사 양신애 역을 맡은 그에겐 비하인드 하나가 있었다. 지금 엔딩과 다른, 그가 등장하는 다른 결말이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김윤진은 감독의 선택에 “윤종석 감독이 과감하게 그걸 뺐더라. 질퍽대지 않고 쿨해서 좋았다”며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나타냈다.
“감독님이 섭섭하지 않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전혀’라고 했죠. 그래서 오히려 ‘잘 빠진 서스펜스 웰 메이드 드라마’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것 같아요. 너무 촘촘하게 잘 짜여진 조각들이라 이 영화는 시작 전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오셔야 됩니다.”
그에겐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그는 “스릴러 퀸은 좀 너무”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윤진은 “‘자백’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클래식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세트가 산장 인테리어라 공간이 주는 클래식한 느낌이 있다. 의상도 그렇다”고 했다.
“소지섭씨가 이젠 ‘소간지’란 별명을 즐긴다고 하던데···어느 순간 저도 ‘스릴러 퀸’이라는 별명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아직은 너무 부담스럽네요. 작품을 선택할 때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스릴러물을 좋아하다보니 이쪽 장르를 많이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백발 노인이 되어서 추리물을 찍고 있으면 어떨까요? 정말 무서울 것 같은데요?(웃음)”
김윤진이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은 2007년 ‘세븐 데이즈’ 부터다. 오래 전 영화지만 장르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손으로 꼽힌다. 그는 “대표작이 있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라면서 “아직까지 사람들은 제 첫 영화 ‘쉬리’를 얘기한다. 어릴 땐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쉬리’는 내가 배우로 잘 출발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세븐데이즈’가 개봉하고 하정우·김윤석 주연의 ‘추격자’가 딱 못을 박았죠. 대한민국 스릴러, 이제부터 된다! 그 다음부터 스릴러 영화가 많이 나왔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작품이에요”
그는 ‘스릴러 퀸’ 외에도 ‘원조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녹록치 않았던 헐리우드의 철옹성을 허문 최초의 한국 배우다. 그는 헐리우드에서 영어 이름이 아닌 ‘김윤진’이라는 이름을 꿋꿋이 사용한다. 외국인들에게는 발음하기 힘든 이름이다.
“출발을 한국에서 했으니까요. 당장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줬고, 김윤진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준 곳이에요. 내가 갑자기 베로니카 킴이 되면 이상하지 않나요? (웃음) 뉴욕 예술 고등학교 시절 이름을 바꾸려고 교사에게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연기나 열심히 해’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는 “선생님이 유명 MC 오프라 윈프리를 언급하면서 ‘그 이름 역시 미국인들이 부르기 어려운 이름이다. 네가 연기를 잘하면 사람들이 윤진을 연습하고 다가올 것’ 이라고 했다”면서 “지금 촬영 현장에서 외국인 스태프들이 ‘어떻게 발음해? 윤진? 연진? 하고 미리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 했다. 그의 말을 듣는 내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글로벌 스타’의 원조격인 그는 K-콘텐츠의 현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K-콘텐츠의 기적···좋은 기회가 왔을 때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생각해요.”
김윤진은 2004년부터 방송된 미국 ABC 시리즈 ‘로스트’로 미국 배우조합상 TV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하고, 2013년 부터 ABC ‘미스트리스’ 시리즈를 3년간 이끌어 오는 등 일찌감치 글로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생활은 몹시 고됐다.
“2004년 헐리우드에서 ‘로스트’를 찍을 당시 낯선 환경, 또 나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침대에 딱 누웠을 때 ‘아침에 눈을 뜨면 헐리우드와 한국이 바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말 많이 했어요”
김윤진은 “그떄를 생각하면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인들이 우리나라 드라마를 찾아보고 또 팬덤이 생겼다는게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10년만 어렸어도···이런 생각 든다. 더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눙을 치기도 했다.
“생각해보세요, 외국 배우가 국내 드라마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모습을요! 우리가 지금 그러고 있는거에요. 대단하죠? 탕웨이씨가 한국 영화에 나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K-콘텐츠가 지금처럼 발전하다보면 10년 안에 외국 드라마 시상식에서 한국인이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그는 ‘로스트’ 나 ‘미스트리스’와 같은 헐리우드 작품에 출연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의가 들어오지만, 3년 이상 긴 계약서 쓰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한국 작품 요거 하나만 더하고···’ 하다보니 늦어졌다”면서도 “미국에서 잊혀지기 전에 또 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김윤진은 26일 개봉하는 영화 ‘자백’에 이어 하반기 넷플릭스 ‘종이의집:공동경제구역2’로 대중을 만난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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