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어디] 가을의 낭만 '듬뿍', 밀양 월연정·정선 로미지안가든

권지예 2022. 10.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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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물든 우리나라 전통 정원 한바퀴
월연정 마루서 내려다보는 밀양강 '절경'
천황산 '억새숲'도 가을 대표 볼거리
아내 위해 손수 만든 정원 로미지안가든
전망대 올라 발 아래로 황금빛 '남평뜰'
프라나탑, 가시버시성 등 조형물도 재미
가을의 월연대 일원 전경. 밀양시청 제공

콘크리트 숲에서 메말라버린 '낭만'을 찾기에 좋은 계절 가을이다. 낭만을 찾는 일은 별것 아니다. 노을이 지는 시간 숲을 거닐며 홀로 사색에 잠기는 것도 낭만이고, 동반자의 손을 잡고 울긋불긋 바뀌는 뒷산을 거니는 것도 낭만이다.

시간을 내어 낭만을 찾고 싶다면 가을에 딱 가기 좋은 정원 두 곳이 있다. 경남 밀양 월연정과 강원 정선 로미지안가든이다.

월연정서 내려다보는 밀양강 가을빛 절경

담양에 소쇄원이 있다면, 밀양에는 월연정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이며, 밀양 8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밀양 시내에서 10분쯤 가면 월연정이다. 주차장에서 월연정으로 오르는 길은 왼쪽으로 돌담이, 오른쪽으로는 반짝이는 밀양강 윤슬에 걷는 내내 예쁘다는 말을 연발한다.

돌담길이 끝나면 왼쪽으로 쌍경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들어서면 쌍경당이 나오는데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의미다.

이어 오른쪽으로 난 협문을 지나 계곡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몇 발짝 걸어가면 얕은 계곡 영월간에 놓인 쌍청교가 보이고 건너면 월연정이다.

쌍경당과 그 옆에 자리한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고 한다.

월연정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지었다. 한양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외가가 있는 밀양에서 자랐다.

하지만 개혁을 주장하던 선비들이 무더기로 죽거나 파직당하는 걸 보고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월연대와 쌍경당을 짓고 별장으로 삼았다.

석축 아래에서 올려다 본 월연정. 한국관광공사 제공

까마득한 절벽에 쌓인 석축 앞에서 고개를 들면 월연대 현판이 보인다. 왼쪽에 월연정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이 있다.

월연정은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한가운데 방이 하나 있고 사방이 마루다. 자연을 최대한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조선 사대부의 자연관과 전통 조경 양식을 잘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는 마루에 앉아 내려다보는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다. 노을빛이 반사되면 가을의 정취가 배가되고,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산수화가 펼쳐진다.

월연정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옛사람들은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이라 하고,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이곳에서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가을, 밤, 시와 잘 어울리는 월연정이다.

가을의 밀양은 천황산(재약산)도 빼놓을 수 없다. 새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운 억새로 가득해 여행객이 몰리는 곳이다.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 해발 1020m 상부 승강장까지 금세 오른다. 10~11월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천황산 오르는 길에 만난 억새숲

상부 승강장에서 250m쯤 가면 하늘정원전망대가 나오는데, 가지산과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등 영남알프스의 고산 연봉이 어깨를 걸고 이어져 장관이다. 전망대에서 약 2.4km 더 가면 천황산 정상이다. 완만한 길이라 가볼 만하다.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가꾼 특별한 정원 로미지안가든 전경

로미지안가든서 강원의 황금빛 만끽

강원도 정선의 로미지안가든은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보다 선선한 기운이 코끝을 감싸는 가을에 더 가기 좋은 곳이다. 울긋불긋한 빛을 내뿜는, 겹겹이 교차한 강원도의 산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시간이 훌쩍 흐른다.

로미지안가든은 제법 높은 고도에 있다. 가리왕산 자락이다.

정원의 주인인 손진익 대표는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위해 이 정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정원이라니, 로미지안가든 그 자체가 '낭만'이다.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도 소중히 여기다 보니 무려 10년 세월이 걸렸다. 손 대표는 이 정원을 욕심을 비우고 사유를 채워 2017년 개방했다.

'로미지안'이란 독특한 이름은 정원 주인 손진익 대표의 호 ‘지안’과 연애 시절부터 아내를 부르던 애칭인 ‘로미’를 합한 것이다. 부부는 정선을 여행하다가 맑고 깨끗한 자연에 마음을 빼앗겼고, 무엇보다 천식을 앓던 아내가 숙면하는 것을 보고 여생을 이곳에서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입장권을 끊고 로미지안가든 한바퀴는 오르막길로 시작한다. 녹음의 품에 안겨 천천히 걸으면 30여분이다. 길이 잘 나 있지만 계단과 흙길도 있으니 운동화를 신는 것을 추천한다.

오르고 올라 개구리동상을 만났다면 진짜 로미지안가든의 시작이다. 잔디를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밟고 가다 보면 곳곳에 피라미드를 닮은 프라나탑, LOVE 조형물, 가시버시성 등 조형물들도 볼거리다.

마지막은 ‘삼합수대전망대’에 오르기다. 발아래로 오대천과 동강, 조양강이 합수하는 남평뜰이 펼쳐진다.

삼합수대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평뜰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말할 것도 없고, 가을이면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들판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아내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긴 정원인 만큼 부부가 방문한다면 꼭 보고 올 것들이 있다.

먼저 하얀 자작나무와 분홍색 수국이 이국적인 산책로 ‘심언사연길’은 인연의 의미를 곱씹어보도록 꾸며져 있다. 박달나무와 소나무가 다정하게 붙은 연리지 아래 설립자 부부 동상이 반기고, 그 너머로 ‘가시버시성’이 보인다. 부부의 순우리말인 '가시버시'란 이름처럼 사랑과 믿음에 대한 글귀를 읽어보자.

가시버시성 전경. 로미지안가든 제공

정원 제일 안쪽에 ‘베고니아하우스’가 있다.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베고니아는 1년 내내 꽃을 피워 관상용으로 인기다.

로미지안가든에는 국내에서 보기 어렵다는 점보베고니아가 있는데, 아이 머리만 한 꽃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로미지안가든 매니저는 "베고니아는 손 대표의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했다.

로미지안가든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명상'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1년 웰니스 관광지로 뽑히기도 했다.

로미지안가든에서 즐기는 명상 프로그램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예약자를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계절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전문가와 함께 메타 호흡, 산림 치유 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 금강송산림욕장에서 진행하는 숲속 명상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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