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14] 무안 망둑어회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2. 10.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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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이젠 짧은 셔츠나 반바지는 역할을 다한 듯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방구석에 주인이 부를 날이 있을까 고개를 내미는듯한 모습이 애처롭다. 가을로 빠져드는 동안 민어 값도 많이 내렸지만 데면데면 지나쳤다. 대신에 넉살 좋은 망둑어 앞에 멈췄다. 그물로 딱 먹을 만큼 잡았다는 노인이 가지고 나온 것이다.

김준 제공

뻘떡뻘떡 뛰는 모습이 당당하다. 숭어가 뛰니 망둑어도 뛴다는 말이 무색하다. 숭어 못지않게 사랑을 받고 있다. 몸값도 뛰었다. 가을에는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기가 무섭게 간택된다. 역시 ‘가을 망둑’이다. 망둑어는 지렁이, 새우, 게 등을 잡아먹는 육식성이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겨울철에 잠을 자야 하기에 더 추워지기 전에 충분히 먹어 둬야 한다.

김준 제공

예전 같으면 갯벌에 쳐 놓은 그물에서 숭어나 눈먼 농어나 감성돔도 들었지만 이젠 망둑어가 주인공이다. 썰물이 드러난 작은 웅덩이를 훔치기만 해도 망둑어 몇 마리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미끼 없이 대나무 낚시로도 잘 잡혔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고급 낚싯대로 채비를 갖추고 망둑어를 잡겠다는 태공들이 등장했다. 그물에서 털어온 망둑어도 애지중지 수족관에 넣어 단골을 기다리는 식당도 생겨났다.

김준 제공

망둑어를 회로 먹기 좋은 계절이다. 한때 마산만 봉암갯벌에는 망둑어 횟집이 줄지어 있었다. 그 맛이 고소하고 좋아 ‘꼬시래기’라 불렀다. 가장 오래된 어보 ‘우해이어보’에는 ‘향기가 쏘가리와 같고 회로 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고 했다. 갯벌이 좋은 곳에서 맛 좋은 망둑어가 서식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습지보호지역 무안갯벌이 있는 해제반도의 주민들은 망둑어를 즐겨 먹었다.

망둑어를 잡는 건간망./김준 제공

이곳 주민들은 망둑어를 운저리, 문절이, 문절구라고 부른다. 무안에는 비록 망둑어지만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망둑어회를 내놓는 식당(양정식당)이 있다. 붉은 무안양파에 갓김치와 깻잎, 된장과 초장과 겨자까지 갖췄다. 망둑어를 회로 떠서 한껏 멋을 부렸다. 투박한 아름다움이다. 손님이 많을 때는 받기 어려운 밥상이다. 밥시간을 피하거나 주인장 표정을 살펴야 한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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