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령 "연기 놓으려했던 나, '오겜'으로 새 시작작이 열렸죠"(27th BIFF)[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10. 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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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령,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OTT플랫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이 K콘텐츠 위상을 알려준 작품이라지만, 배우 김주령에겐 그보다도 더 깊은 의미가 있었다. 연기를 포기하려던 찰나, 그의 손목을 잡아준 게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미국 대학 교수가 되면서 저 역시 연기를 그만두고 미국을 따라가야겠다 싶었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현장에서도 배우로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던 상황이라 더 이상 한국에 미련이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가슴 깊은 곳에선 차마 연기를 놓을 순 없는 마음이 남아있었나봐요. 때마침 황동혁 감독이 러브콜을 보냈고, 다 정리되는 분위기였는데 ‘오징어게임’ 대본을 보내주더라고요. ‘그것만 찍고 미국 가야지’했는데 ‘한미녀’라는 정말 큰 역을 줘서 깜짝 놀랐어요. 대본도 정말 재밌어서 잘되겠다 싶었고요. 새로운 시작점이 열린 셈이었죠.”

김주령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감독 장건재)로 관객과 만난 소감, ‘오징어 게임’ 이후 배우로서 방향성 등 다양한 질문에 아주 담백하게 대답했다.

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포스터.



[다음은 김주령과 일문일답]

Q.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 거라 설렜어요.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완성본도 처음 보는 거라 감동했고요. 또 개막식에서 홍콩배우 양조위를 보면서 경외감이 들었어요. 정말 삶을 잘 살아온 게 얼굴 위 묻어나는 미소라서 보자마자 ‘심쿵’하더라고요. 저도 배우로서 그렇게 되겠다,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Q. 장건재 감독과 ‘잠 못드는 밤’ 이후 오랜만에 뭉쳤는데요. 이번에도 전작에 이어 ‘주희’ 역을 맡아 이색적이네요?

A. ‘잠 못드는 밤’ 찍으면서 장 감독과 굉장히 가까워졌고, 이후 비슷한 시기에 각자 결혼, 자식을 낳아서 뭔가 삶을 함께 걸어가는 관계같아요. 삶과 영화가 함께 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오징어 게임’을 찍고 ‘잠 못드는 밤’ 주희의 40대 얘기를 찍어보자는 말 한 마디에 이 작품이 탄생했어요. 장 감독은 ‘자연인 김주령’의 모습을 영화 안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죠.



Q. 동국대 역사교육학과로 입학해 학교 역사상 최초 연영과 전과, 졸업한 이력이 있다면서요?

A. 어릴 적 연극반 활동할 정도로 연기에 욕심은 있었지만, 주위에서 ‘공부도 때가 있다’며 극구 말렸어요. 그래서 역사교육학과를 갔죠. 1학년 때부터 연기 갈증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고요. 그 다음해에 처음으로 전과 제도가 생겼는데, 제가 학과 과톱이라 교수진들이 전과를 다 반대했죠. 그런데 연영과에선 제 성적을 보고 흥미로웠는지, 한번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선 저 혼자 전과에 성공하게 됐어요. 제 운명이었던 모양이에요.

Q. 정말 얘기를 들어보면 ‘배우가 숙명’이었던 것 같네요. 결국 ‘오징어 게임’으로 SAG(미국배우조합)상까지 탔으니까요?

A. 그런가봐요. 당시 시상식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정말 즐거웠는데요. 저 멀리서 레이디 가가가 보이더라고요. 팬이라서 인사를 했더니 레이디 가가가 벌떡 일어나서 절 맞아주더라고요. 그가 제 이름을 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오징어 게임’의 힘인 거죠.



Q. ‘오징어 게임’ 이후 삶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A. 책임감이 더욱 커졌어요. 많이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니까 배우로서, 인간으로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들뜨지 않기 위해 명상도 자주 하고요.

Q. 연기는 김주령 씨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애증을 넘어선 ‘무엇’일 것 같은데요?

A. 이 정도면 ‘내가 배우의 삶을 살아야만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그게 뭘까’에 대해서 요새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숙명을 넘어서서, 개인적인 만족을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다음에 뭔가 더 큰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하나 찾은 건, 경제적 풍요가 생기면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우리 부부의 꿈이기도 하고요. 우리도 정말로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린 더 좋은 일을 해야한다, 베풀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가 지금 지닌 사명감이에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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