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단히 무례한 짓" 감사원 서면조사에 정국 얼어붙었다

감사원 전경 2014.9.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서면조사를 통보한 사실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며 정국이 또다시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9월 30일 감사원 서면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 대통령께서는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감사원에서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 서면조사를 요청했고, 비서실에서는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시 감사원은 이메일을 발송했고, 비서실에서는 반송시켰다고 전해진다.

윤 정부 출범 전부터 대통령실 이전,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어민 북송, 태양광 사업비리 등으로 신구 권력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전면전을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아닌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이례적인 만큼 적절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서울신문에 “검찰이 같은 사안을 조사 중인데 감사원이 한발 앞서 나가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달리 무리하게 검·경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YTN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직무상 독립기관인 만큼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거리 유지'에 나선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국면을 타개할 호재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권성동·김기현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앞다퉈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무례하다'라고, 불편하셨다고 (표현했다고) 언론에 나오는데 저는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니까 어쨌든 좀 겸허한 마음으로 대응을 해 주시는 게 더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권이 비속어 논란을 덮기 위해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이 대표를 겨냥해 성남FC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야당을 진흙탕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윤 대통령이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한 지지율 타개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금은 야당 탄압, 전 정부 정치보복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민생 경제 그리고 외교 평화에 힘을 쏟을 때이다. 국민 앞에 겸허해지길 바란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