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목전에 몰린 英
브렉시트로 성장 정체됐는데
에너지위기 닥치며 물가 급등
경기침체 벗어나려는 트러스
"감세카드 철회 안해" 강행모드
"런던 금융위상 흔드는 자충수"
"英 경기침체 더 길고 깊을것"
브렉시트로 성장 정체됐는데
에너지위기 닥치며 물가 급등
경기침체 벗어나려는 트러스
"감세카드 철회 안해" 강행모드
"런던 금융위상 흔드는 자충수"
"英 경기침체 더 길고 깊을것"
대혼돈의 방아쇠가 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은 향후 5년간 490억달러(약 72조원)의 세금을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느라 소진한 재정을 채우기 위한 법인세 증세를 포기하고, 연 15만파운드(약 2억4100만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의 최고세율 구간을 없애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러스의 야심 찬 감세 카드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유동성을 흡수해 물가를 낮추는 흐름과 정반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뿐만아니라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도 엇박자를 냈다. 감세 정책과 함께 발표한 600억파운드(약 96조5000억원) 규모의 에너지보조금 지급도 유동성 흡수와 역행하는 정책이다.
트러스 총리는 국내외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경제가 성장하도록 기꺼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는 트러스의 '모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파운드화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유럽연합(EU) 탈퇴와 (방만한) 재정 정책 등 일련의 자충수가 파운드화 급락을 부추기며 금융 중심지로서의 런던의 위상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영국 내 고물가·저성장 위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전부터 잠재돼 있었다. 영국은 2020년 1월 EU를 탈퇴했고, 이후 노동력 부족과 관세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해 산업·교육계에서 노동자들의 파업도 잇따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올해 2월 이전에도 영국 물가상승률은 이미 5%대에 육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영국은 타격을 크게 입었다. 영국의 7월 가스요금은 전년 대비 95%나 올랐다.
지난달 출범한 트러스 정부는 성장을 견인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낮춰야 하는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감세와 에너지 비용 상한 정책을 꺼내 들었다. 영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조차 "영국이 다른 주요국보다 더 깊고 긴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더 지속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운드화의 불안도 장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언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화 급락은 정책적 선택의 결과"라면서 "암울한 새 시대가 될지, 막간의 불운에 그칠지는 그들(영국 정부)의 노선 변경이나 다음 선거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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