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는] '세기의 장례식'..엘리자베스2세 여왕 잠들다
[앵커]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서거 11일 만에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습니다.
여왕 장례식에는 500명이 넘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초대돼 활발한 조문 외교가 펼쳐졌고, 운집한 백만여 명의 시민이 여왕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습니다.
국제부 뉴스룸을 연결합니다. 이승훈 기자!
먼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여왕의 장례식 정리해 보죠.
[기자]
장례식은 국장으로 거행됐습니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 만입니다.
영국은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고요.
장례식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우리 시각으로 어제 저녁 7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장례식은 영국 성공회의 미사 형식으로 진행됐고요. 웨스트민스터 사제가 장례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서거 며칠 전 여왕에게 임명장을 받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성서를 봉독했고요.
캔터베리 대주교는 '여왕의 헌신에 감사하면서 영원한 안식을' 기도했습니다.
이어 영국 전역에는 전 국민이 2분간 묵념을 하는 장관이 연출됐고 영국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영국의 국가는 '여왕을 구하소서'라는 노래죠.
하지만 찰스 3세가 왕이 되면서 제목과 가사가 퀸(Queen)에서 킹(King)으로 바뀐 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례식은 여왕이 가장 좋아했다는 백파이프 연주를 끝으로 현지 시각으로 정오를 조금 지나 끝났습니다.
[앵커]
이어진 장례 행렬 주변에는 많은 시민이 모여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죠?
[기자]
여왕의 관을 앞세운 장례 행렬은 윈저성까지 5km가량 행진했습니다.
떠나는 길이 못내 아쉬운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요.
관은 윈저성의 성조지 예배당으로 관이 옮겨져 찰스 3세 등 왕실 일가 8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장례 의식이 거행됐습니다.
찰스 3세가 관 위에 근위대의 기를 올렸고 여왕 의전장은 지팡이를 부러뜨리면서 여왕을 위한 복무가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여왕의 관은 지하 납골당으로 내려가 지난해 4월, 먼저 세상을 뜬 남편 필립공 옆에서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이번 세기의 장례식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각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활발한 조문외교를 진행했다는 거였어요?
[기자]
어제 장례식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5백여 명의 주요국 정상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장례식장 주변은 이들 간의 크고 작은 만남이 이어진 활발한 외교의 장이기도 했는데요.
그런 만큼 영국은 사상 최대인 만여 명의 경찰을 장례식에 투입했습니다.
귀빈 의전에 투입한 외무부 공무원만 3백 명이 넘습니다.
11일간의 장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영국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 내년에 대관식을 열고 영국과 영연방 국가의 원수임을 대내외에 선포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찰스 3세는 영국의 왕이면서 영연방 국가의 원수이기도 한데요.
찰스 3세가 지금 같은 영연방의 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벌써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의 과거 식민지 56개국으로 구성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입니다.
이 가운데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을 맡는 나라 다시 말해 영국이 총독을 파견한 나라가 15개 나라나 됩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그동안 영연방의 상징이자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아왔죠.
게다가 여왕이 왕이 된 지난 1952년만 해도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에 이겨 세계 평화를 지켰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영국은 영향력을 잃었고 영연방은 영국의 제국주의에 뿌리를 둔 거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제 장례식까지 끝난 만큼 영연방 역시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게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외신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찰스 3세가 여러모로 어머니보다 카리스마가 한참 떨어져서 이런 얘기가 더 나오는 듯합니다.
지난 4월, 영연방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에서 설문 조사를 했는데요.
그때 응답자의 65%가 "찰스 왕세자는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찰스 3세 얘기를 하셨는데요.
찰스 3세 벌써 나이가 74세 아닙니까? 그래서 영국 왕실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는 데요. 후계구도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기자]
찰스 3세의 즉위로 이제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그의 첫째 아들 윌리엄 왕자입니다. 올해 40살이죠.
그다음 승계 순위는 윌리엄의 큰아들인 9살 조지 왕자, 둘째 샬럿 공주, 막내 루이 왕자 순입니다.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 2020년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부인과 미국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왕위 계승 서열 5위입니다.
또, 여왕은 남편 필립공과의 사이에서 찰스 3세 외에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자녀 4명을 뒀는데요.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8위 지만, 지난 2019년 성폭행 의혹으로 피소된 되면서 공식 임무를 중단했습니다.
그가 왕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가 되겠죠.
[앵커]
전 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고요?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의 주민은 이를 마냥 애도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고요?
[기자]
복잡한 시선으로 이번 장례식을 함께 한 사람은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이들입니다.
사실 여왕이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중동, 그리고 아시아 국가의 옛 영국 식민지를 중심으로, 식민의 역사 또 노예제 등 영국의 어두운 과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나라로 아프리카의 케냐를 들 수 있겠는데요.
케냐의 독립 투쟁 이른바 '마우마우 봉기'를 영국이 잔혹하게 진압했을 때 그때도 영국 왕은 엘리자베스 2세였습니다.
영국은 그때 수많은 케냐 사람을 고문, 성폭행, 살해하고 나치를 연상케 하는 집단 수용소에 강제 구금 했습니다.
그때 케냐의 독립 영웅이 '데단 키마티'란 인물인데요.
지난 1957년 체포돼 처형됐지만, 무덤은 무려 60년이 지나서야 확인됐습니다.
오랜 시간 아버지의 주검을 어머니와 찾아온 영웅의 딸은 이런 말 했습니다.
'여왕은 엄마였고, 아내였지만 비슷한 또래의 여성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라고 말이죠.
딸은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서방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 식민지배가 서방에서는 과거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나라에겐 현재'라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뉴스룸입니다.
YTN 이승훈 (shoony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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