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김유빈, 獨 콩쿠르 관악 부문 한국인 첫 우승
한국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성악 분야만 강국일까.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플루트 연주자가 독일 명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인 김유빈(25)이다. 그가 큰일을 하나 더 해냈다. 8일(한국 시각) 독일 최고 권위의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플루트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 공영방송 ARD가 1952년 창설한 이 콩쿠르는 피아노·현악·관악·실내악·성악 등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 분야를 망라하는 독일 최대 규모의 경연 대회다. 그동안 피아노·현악 등에서는 우승자가 있었지만, 관악 부문에서 한국인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유빈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플루트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연주자. 17세인 2014년 제네바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이듬해인 2015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제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유럽 정상급 플루트 콩쿠르만 세 차례 석권한 셈이다. 예원학교(중학 과정)를 졸업한 뒤 16세에 프랑스 리옹 음악원에 입학했고, 2016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수석으로 들어갔다. 지난달 26~27일 베를린에서 말러 교향곡 5번 연주회를 마친 뒤 곧바로 뮌헨 대회에 참가했다.
7년 차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인 ‘프로 연주자’가 계급장을 떼고 신인들의 등용문인 콩쿠르에 참가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다. 10대 중반부터 대회 입상과 해외 유학, 악단 입단까지 초고속으로 해치우다 보니 벌어진 ‘경력 역주행’이다. 그는 우승 직후 전화 인터뷰에서 “이른 나이에 콩쿠르를 마치고 단원 생활을 하다 보니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면서 “대회 참가 자체가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연습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결선에서 프랑스 현대음악 작곡가 마르크 앙드레 달바비(61)의 플루트 협주곡에 도전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흔치 않은 일이라서 오케스트라 대표부터 동료들까지 모두 신기하게 여기면서 응원해줬다”면서 웃었다.
김유빈의 이번 우승이 한국 음악계의 낭보(朗報)인 이유가 있다. 피아노·현악·성악 분야의 강국으로 꼽혔던 한국은 상대적 약세로 평가됐던 목·금관 분야에서도 최근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오보에 함경(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클라리넷 조인혁(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바순 유성권(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호른 김홍박(오슬로 필하모닉) 등 해외 명문 악단에서 활동하는 관악 연주자들도 크게 늘었다. 김유빈의 우승 역시 한국 음악계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인 셈이다. 이번 우승을 통해서 악단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꿈이다. 그는 “콩쿠르나 학교에는 졸업이 있지만, 음악에는 졸업이 없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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