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금? 우린 0원인데".. K직장인, 명절 양극화
추석 상여금 놓고 희비 엇갈려
선물세트도 스팸, 홍삼, 전복으로 급 나뉘어
“추석 상여금이요? 기본급 100%를 주긴 하는데 연봉을 쪼갠 거라 사실상 0원이나 마찬가지죠.”
“기본급 100%에 올해부터 연봉 미포함으로 귀향비 50만원씩 받네요.”
“저흰 상품권 20만원에 선물 세트가 끝입니다.”
“다들 부럽습니다. 저흰 0원입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첫 거리두기 제한 없는 추석 명절을 맞은 직장인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명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는 만큼 추석 선물에도 적잖은 지출이 예상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자사 회원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 등에게 추석 선물을 주겠다고 답한 사람은 59.9%였다.
이 중 80.4%는 추석 선물 준비에 이전보다 경제적 부담이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물 예상 지출액은 1인당 평균 43만원으로 조사됐다.
지갑 사정이 가벼워진 직장인들에게 추석 상여금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최근 ‘설‧추석 상여금 있는 회사’를 묻는 글에 댓글이 1500개 넘게 달리며 명절 상여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댓글에 나타난 직장인들의 명절 상여금 지급 형태는 천차만별이었다. 선물세트만 지급된다는 답변부터 10만~20만원 가량 상품권, 귀향비 현금 30만~100만원, 기본급 100%만 지급, 기본급 100%에 귀향비 현금 추가 지급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선물세트도 쌀, 스팸부터 전복, 갈비, 홍삼 세트 등으로 회사마다 차이가 있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포인트, 혹은 쿠팡캐시나 사내 복지포인트, 온누리 상품권이 별도로 지급된다는 답변도 눈에 띄었다.
주요 대기업 직장인의 경우 기본급 100%를 받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명절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회사의 경우 연봉을 14분의 1로 나눠 2개월 치 기본급을 설과 추석에 나눠서 지급한다. 20분의 1로 나눈 후 추석, 설날 및 짝수 혹은 홀수 달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명절 상여금이 사실상 별도 상여금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대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은 “어차피 연봉에 포함되는 거라 조삼모사다. 어차피 줘야 할 돈을 쪼개서 회사가 생색내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상여금이 있다고 해서 복지가 좋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반면 또 다른 직장인은 “연봉도 낮고 명절 상여금도 없는 중소기업에 비하면 높은 연봉을 쪼개서라도 받는 대기업은 사정이 좋은 것 아니냐”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실제로 상여금 지급 액수 및 지급 여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 회사 규모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79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올해 추석에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65.1%였다.
이 중 정기 상여금으로 지급한다는 곳이 61.9%로 가장 많았고 별도 상여금 지급이 34.7%, 정기 상여금과 별도 상여금 동시 지급이 3.4%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10곳 중 3곳 정도는 정기적인 명절 상여금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명절 상여금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정기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중을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은 85.5%, 300인 미만 기업은 62.4%로 규모별로 차이가 있었다.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전국 9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37.7%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에서 정기 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의 경우 평균 상여금은 기본급 50%(정률) 혹은 40만2000원(정액)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번 명절이 되면 직장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명절 상여금은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질까.
명절 상여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 방식은 근로기준법에서 지급조건을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업주 마음대로’다.
보통 노조 단체교섭이나 취업규칙 등을 따르며 사기 진작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지급된다. 개인이나 회사 성과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명절 상여금은 사업주가 근로 대가로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아니다.
하지만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했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을 때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명절 상여금을 기본급 100%로 지급하는 식으로 취업규칙에 정해져 있는 등의 경우 상여금은 임금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 명절 상여금을 주지 않으면 회사는 임금 체불을 한 셈이 된다. 회사가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명절 상여금을 줬다가 안 주거나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회사의 성과가 좋아서 일시적으로 명절 상여금을 현금 등으로 지급한 경우 이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 지난해에 명절 상여금을 받았다고 해서 올해 또 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명절 상여금이 임금 성격을 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사용자 측과 노조 간 소송전이 벌어진 바 있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과 퇴직금의 기준이 된다. 명절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그만큼 각종 수당이 증가하게 된다.
명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조건으로 정기성(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 일률성(일정 조건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 고정성(업적, 성과 등과 무관하게 당연 지급)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절 상여금이 회사 성과에 따라 어쩌다 한번 일부 직원에게 지급된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단체협약 등에 따라 회사가 기본급의 100%를 연간 2회 설날과 추석에 지급해온 경우라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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