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영우' 주현영 "박은빈, 교과서 같은 선배 의지했다"

황소영 기자 2022. 9. 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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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영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배우 주현영(25)이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에 지칠 법도 한데 기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건 여전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달려 나가는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불러왔다.

주현영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속 '주 기자' 캐릭터로 얼굴을 알렸다. 단숨에 떠오른 샛별은 정극에서도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ENA채널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 역으로 등장, 인사법부터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라고 밝힌 주현영은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캐릭터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으로 시작했는데 잘 끝나 다행이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SNL 코리아'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부드럽게 풀어진 것 같다. 출연한 배우로서가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 재밌게 봤다. 그래서 끝난 게 아쉽다. 다른 작품들도 찍고 있어서 정신없이 촬영했는데 갈 때마다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폭발적인 시청률(최종회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17.534%)을 예상했나.

"시청률이나 화제성 부분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희끼리 재밌게 촬영하는 게 목적이라 '즐거우면 됐지'였는데 결과까지 좋으니까 배로 행복했다. 다들 마음이 말랑말랑했다. 촬영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시청률이 나오고 나서는 서로 행복이 흘러넘치다 못해 줄줄 흘렀다. 마치 조작된 것처럼 시청률이 오르는데 누군가의 몰래카메라처럼 느껴졌다. 어안이 벙벙했다. 단체 SNS 방에서 시청률 공유하며 '미쳤다'라고 했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SNL 코리아' 때는 정치 유튜브를 보는 분들이나 또래 20대 분들이 알아봤다. 그런데 최근엔 식당만 가도 서비스를 더 준다거나 내게 드라마 잘 봤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더라. 그런 반응이 감사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가족들의 반응은.

"가족들도 너무 좋아한다. 근데 최대한 들뜬 마음을 다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연락도 자주 안 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매일 SNS 메시지로 '오늘도 행복한 고생 하자'라고 보내준다."

-거침 없는 동그라미 캐릭터가 매력적이더라.

"나 역시 연기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난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지 못하고 체면도 많이 차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동그라미에 공감할 수 없어 힘들었는데 점점 회차를 거듭하며 동그라미를 통해 대리 만족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속이 시원했다."

주현영
-특히 동동삼 형제의 난에서 제삿날 활약이 기억에 남는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무언가에 짓눌려 있었다. 나 때문에 NG가 나거나 딜레이가 되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았다. 그 마음 때문에 불안해하고 부들부들 떨고 그랬는데 아빠로 나온 정석용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 딸로서 편하게 대해줘 마음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

-'우 투 더 영 투 더 우', '동 투 더 그 투 더 라미'란 인사를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인사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작가님이 대본에 나와있는 대로 하지 말고 재밌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뻘쭘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빅뱅의 '마지막 인사'를 들었는데 거기에 'b to the i to g bang bang'이란 가사가 나오지 않나. 그걸 인용해서 하면 재밌겠다 생각했고 동작은 힙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힙합 하는 분들의 따라 하기 쉬운 제스처를 따서 한 것이다."

-첫 방송 직후 인사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사실 처음에 패러디 영상이 생기고 있다는 걸 몰랐다. 주변에서 보내줘서 알게 됐다. (은빈) 언니랑 했던 인사에 새로운 비트까지 추가돼 패러디가 되는 걸 보면서 '드라마 팬들이 많구나!' '진심인 분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감사했다."

-대선배 박은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교과서 같은 선배인 동시에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언니였다. 아무래도 난 내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꼈는데, 선배는 대사량이 많았는데 그것뿐 아니라 자신이 극에서 어떻게 보여야 하며 어떤 위치에 있고 기술적으로 어떻게 돼 있어야 하는지 계산하며 연기를 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많이 놀랐고 언젠가 언니처럼 무게감과 책임감을 지닌 역을 맡게 되면 언니가 하는 걸 많이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영우에게 동그라미 같은 친구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라미에게 영우는 보호해줘야 할 존재인 것도 있지만 그것이 주는 아니었다. 그라미도 영우에게 기대지 않나. 특히 4부에서 그런 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라미는 동동삼 형제의 난을 겪을 때 영우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영우가 위기에 빠진 그라미를 도와준다.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주현영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사실 그라미를 맡기 버거웠던 이유 중 하나가 그라미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자칫 인위적으로 보이면 어쩌지 하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하면 잔잔하게,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작품에서 그마리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근데 결국 그런 부분들을 은빈 선배나 털보 사장님이었던 (임)성재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 소리 지를 수밖에 없게끔 선배들이 연기를 너무 재밌게 잘해줘서.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촬영 말미 제주도에서 촬영해 보다 많은 추억을 만들고 왔겠다.

"처음엔 털보 사장님이랑 둘이서 '우리 왜 여깄는 거야?' 그랬는데 거기 안에서도 튀지 않게, 사람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게 귀엽게 녹여낼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 작가님이 그래서 이런 그림을 그렸구나 했다. 2주 동안 거의 매일 촬영했다. 그러다 비가 오면 휴차가 생겼는데 그때 따로 만나서 술도 마시고 관광도 하고 그랬다. 한바다 식구들과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호흡 맞추며 친해졌다. 그때 숙소 건물이 같았다. (하) 윤경 선배 숙소에 매일 갔다. 하루가 끝나면 맥주 한 캔 하면서 수다를 하곤 했다. 내가 봤던 사람 중에서 언니가 가장 웃기고 관찰력도 좋다. 무엇보다 똑똑해서 더 웃긴 것 같다. 물개 손뼉 치면서 언니 얘기에 웃곤 했다."

-지치지 않나.

"사실 예전엔 이런 기회를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었다. 오디션을 봐도 떨어졌다. 웹드라마를 할 때 그 현장도 너무 즐거웠지만 얼른 더 많은 선배들의 연기하는 걸 어깨너머라도 보면서 배우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들이 찾아와서 좋다. 체력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내가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도 제주도 촬영 후 3일 정도 휴가가 있었다. 가족들과 제주도에 가서 쉬고 왔다. 이후 다시금 기운 내서 달리고 있다."

-현재 쿠팡플레이 '복학생: 학점은 A지만 사랑은 F입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영화 '2시의 데이트' 촬영까지 너무 바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영화는 얼마 전 촬영을 끝냈다.(웃음) 그래서 지금은 두 작품을 함께 촬영 중이다. 일단 '복학생'은 (권)혁수 선배가 있지 않나. 가끔 내가 피곤할 때도 있고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선배한테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 수 있을까 물으면 바로바로 도와준다. 혁수 선배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촬영하면서 함께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재밌게 찍고 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고민은 늘 많은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걸 받아들여야 하며 계속 연기를 해야 할 텐데 어떤 태도로 참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즐겨야 하는지, 즐겨야 하면 어느 정도 즐겨야 할지 등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주 기자 때도 느꼈는데 그게 해결이 안 되고 계속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의도와 다르게 비칠 수 있기에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운 것 같다. 살면서 멀리 보는 법을 몰랐다. 앞에 있는 것만 보면서 살았는데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내 삶이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가야겠다, 조급해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내 중심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주현영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체력도 약하고 지구력도 약하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부터 교수님이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려면 장기전으로 가야 하고 체력이 무기고 체력이 없으면 배우로서 자격이 없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요즘엔 시간이 나면 피곤해도 운동을 하려고 하고 끼니도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 영양제도 챙겨 먹으면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한창 놀고 싶을 나이가 아닌가.

"학교 다니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친구들이랑 수업에 안 가고 학교 근처에서 술 마시러 가고 밤새워 놀다가 수업 가고. 원 없이 부대끼며 놀며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 지금은 놀고 싶은 마음보다 잠깐잠깐 쉴 수 있을 때 친구들과 통화하며 만나서 힐링하는 정도다. 친구들이 너무 소중하다. 그중에서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친언니들이다. 현재 친언니들이랑 셋이서 살고 있다. 언니들과 맛있는 거 먹고 노는 게 내 에너지의 가장 큰 충전인 것 같다. 그런 소소한 시간들이 좋다."

-언니들과 우애가 깊은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원수지간이었다.(웃음) 지금은 서로 너무 사랑하고 베푸는 게 전혀 아깝지 않은 사이가 됐다. 언니들이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도 인생 선배니까 의지가 많이 된다. 언니들은 쌍둥이다. 나와 7살 나이 차가 난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언니들한테 날 자주 맡겼다고 하더라. 그때 당시엔 언니들이 내가 귀찮고 싫었는데 지금은 내 존재가 고맙고, 우리 집 복덩이라고 얘기해준다. 언젠가는 언니들이 결혼할 수도 있고 따로 살 수도 있겠지만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아직 1년은 안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살아보자고 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천 중인데 만족스럽다."

-소울 푸드가 있나.

"진짜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게 바로 피자다. 근데 피자를 자주 먹을 순 없지 않나. 안 먹은 지 오래되긴 했는데 'SNL 코리아' 전에 쉬는 날이 많을 때는 M사이즈를 시켜서 혼자 다 먹고 그랬다. 그 정도로 좋아했다. 요즘엔 김밥,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이건 영우랑 비슷한 것 같다.(웃음) 한눈에 재료가 다 보이는 게 좋고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들어가 있는 게 좋다. 예전엔 입이 진짜 길었는데 먹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입이 짧아진 것 같다."

-올해 계획은.

"사실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는 찾아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일하면서 존재 가치를 느끼고 증명하는 느낌을 받는다. 계속 이렇게 열일을 했으면 좋겠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우선 척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건 정하지 않았다. 그 틀에 자꾸 끼어넣으려고 하면 척하게 되더라. 일단 배우로서 척하지 않고 싶고, 연기를 했을 때 그 인물로 보일 수 있는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마다 배우란 직업의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인물별로 각기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AI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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