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긴급조치 9호, 민사상 불법행위…국가배상해야"(종합)

"9호 발령·수사·재판, 일련의 국가작용 '전체적'으로 판단"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배석해 있다. 2022.8.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배석해 있다. 2022.8.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박정희 정부 시절 유신체제를 비판해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되거나 처벌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그 가족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 중 일부를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피해자들은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복역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대통령긴급조치 9호는 1972년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발동한 조치 중 하나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후 2013년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를 위헌 결정했고 같은 해 대법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법령을 위헌·무효로 판단했다.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로 판결나면서 피해자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법원의 형사보상결정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들은 긴급조치 9호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3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9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이 민사상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여도 국가에 민사상 배상책임을 물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2015년 대법원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1심은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또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으로,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여도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종전 판례를 7년 만에 변경하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종전 판례에선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가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수사관과 법관의 개인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대통령·수사기관·법관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을 일일이 따질 필요없이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이에 따른 수사, 재판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고 위법성이 인정되면 국가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돼 수사를 받았거나 기소돼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을 복역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9호 발령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 선고를 통해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김재형 대법관은 이날 별개의견을 밝힌 뒤 "이 판결로서 우리사회가 긴급조치 9호로 발생한 불행한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열렸으나 판결 효력이 소급적용되지 않아 이미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들은 소송을 통한 구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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