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포럼] 신기술·신산업 성장, 민관협력이 핵심 열쇠](http://contents.dt.co.kr/images/202208/2022083002102369660002[1].jpg "[포럼] 신기술·신산업 성장, 민관협력이 핵심 열쇠")
세마테크는 인텔, IBM 등 반도체 대기업을 주축으로 민간과 정부의 공동투자를 통해 산업발전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던 기술과 인력개발을 추진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PPP) 사례다. 연방정부는 법률과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개발 방향 수립 등 주요한 의사결정은 기업과 협회의 몫이다. 일본의 반도체 공습을 막아내기 위해 민관이 함께 손을 잡았으나 그 주도권은 민간의 손에 있다.
유럽도 프레임워크프로그램(FP)을 통해 신기술·신산업, 민관협력(PPP)을 추진 중이다. 유럽 집행위원회가 민간을 대표하는 컨소시엄이나 단체와 계약해 민관이 1대1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집행위원회는 이사회 멤버로 의사결정과 자문 등에 관여는 하지만, 사업의 방향과 아젠다 선정은 전적으로 민간에서 결정한다. 통신 분야의 5G-PPP, 신약 분야의 혁신의약품 이니셔티브가 FP의 주요 PPP 사업이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도 신기술·신산업 성장을 위한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한 합작 연구개발이 시도된 바는 있었다. 하지만 재원을 함께 투입하고 공유하는 적극적인 협력보다는 정부의 정책 활동 내에서 민간이 움직이는 소극적 협력 방식이다. 게다가 신기술이 성숙해져서 산업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중요한데, 서구의 협력 모델과 달리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역할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신기술·신산업 개발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경쟁력을 창출해내는 중요한 과정임에도, 불확실성이 높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신기술·신산업의 국가적 전략 수립에 매진하고, 또 PPP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의 투자 제고를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에 있다. PPP의 본질은 정부-민간 간 목표와 위험의 공유다. 정부는 기업의 위험을 함께 짊어지며 경쟁력 확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파트너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연구·개발(R&D) 성과가 시장에서의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정책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고, 민간 중심의 거버넌스를 확립해 뒷받침 해줘야 한다. 실행 관점에서 보면 산업 공통의 문제해결을 고유 임무로 하는 민관 공동투자 R&D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출자하는 연구기관의 설립도 고려할 수 있다. 또, 신산업 형성 단계에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확대해야 한다.
신산업을 혁신하는 주체는 '민간'이다. 그러나 우리의 신산업 정책은 아직도 '정부'가 '육성'한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정작 성장의 주체인 '민간'은 빠져 있다. '민간 주도'를 정책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협력은 형식적이고 그 내면은 정부가 민간을 지휘하는 구조다. 산업화 시대 빠른 결정과 조직적 협력을 위해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했던 습관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추격형 전략은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고도성장기에나 유효했던 거버넌스이며 산업정책이다. 바야흐로 과학기술 선진국의 지위에 들어선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이 앞서 나가고 정부는 민간의 파트너 역할을 다하는, 산업 지향적 민관협력이 신기술·신산업 정책에서 지향해야 할 모델이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 경제를 주창한 만큼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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