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자폐성 장애인이 이룬 쾌거가 있다. 바로 올해 스물다섯 살인 프로골퍼 이승민이 '장애인 US오픈'에서 우승한 것이다. 7월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리조트에서 사흘간의 열전 끝에 96명의 장애 선수 가운데 3언더파 213타로 우승했다.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환호하던 이승민은 "'할 수 있다'는 말을 6번이나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경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승민은 두 살 무렵 선천적 자폐성 발달 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파란 잔디에 하얀 공이 날아다니는 골프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부터 골프를 시작해 KPGA 사상 처음으로 발달 장애 선수로서 프로 대회에 3번이나 출전하더니 이번에 큰 결실을 맺었다.
자폐 등록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장애인 등록자 264만명 가운데 1.3%인 3만3650명이다. 이 가운데 자폐증 천재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성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에 관한 관심을 불러 모으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더 나아가 보편적 자폐 장애인 가운데 은근과 끈기로 성공한 이승민의 일생을 다루는 드라마도 제작되었으면 싶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장애인을 아직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김인규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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