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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북가야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생생문화재 사업의 일환인 '가야고분 히스토릭 티어링'에 경남지역(산청, 사천, 거제, 통영, 의령) 문화관광해설사 21명이 8월 22일~23일간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티어링이란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레저관광의 한 형식으로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목표물인 컨트롤을 찾아 돌아오는 보물찾기와 비슷한 스포츠인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에서 착안하여 OO티어링이라는 합성어를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숲티어링, 지오티어링, 역사티어링, 느림보티어링 등이 있다.
 
휴대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AR보물지도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 AR보물지도만들기 휴대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AR보물지도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 민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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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오후 2시 행사장인 누리파크에 도착하여 간단히 참가 등록을 한 후 휴대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AR보물지도를 실행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이 앱을 활용하여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찾아갈 고분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미션수행과 퀴즈풀이에 도움이 되니 자세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고분군 탐험이 시작된다. 장수 지역은 일반적으로 백제의 영역으로 알고 있으나 2003년 발굴조사에서 가야계 고분이 발견되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동촌리는 옛 장수 관아의 동쪽에 위치하여 지명이 되었으며, 고분군은 마봉산(723.9m)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에 동촌리와 두산리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을 따라 지름 20~30m 내외의 중대형 고분 등 총 83기가 분포한다.

6세기를 전후하여 장수 지역에 형성되었던 가야 반파국(伴跛國) 세력의 수장층 고분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토유물을 살펴보면 장수 지역만의 지역적 특색과 백제, 소가야, 대가야 등이 혼재된 양상을 보여 주변 세력들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분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참가자들이 다음 목표점을 찾아가고 있다.
▲ 고분티어링 고분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참가자들이 다음 목표점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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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언덕을 오르면 능선에서 처음 마주치는 고분이 30호분이다. 봉토는 남북 16미터, 동서 18미터, 높이 3.5미터 내외의 타원형이다. 주매장시설은 도굴되었지만 석곽(石槨,돌널무덤) 구조이다. 주요 출토유물은 장경호(長頸壺,목긴항아리), 단경호(短頸壺,목짧은항아리), 기대(器臺,그릇받침), 개(蓋,뚜껑) 등의 토기류와 판비(板轡,말재갈), 등자(鐙子,발걸이), 운주(雲珠,말띠꾸미개), 교구(鉸具,말띠고리) 등의 철제마구류 등이다.

고분과 이동로는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에 편하다. 다만 걸어가면서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중간중간 길가에 보물(?)이 흩어져 있다. 이 보물은 나중에 요긴하게 활용된다. 두 번째로 나타난 무덤은 28호분이다. 주석곽의 길이가 5.4미터, 넓이 1미터, 높이 1.8미터의 대형 석곽묘이다. 내부 목관의 크기 역시 3.2미터로 대형이다. 출토유물로는 장경호, 금귀걸이, 장식칼, 마구, 화살통, 화살촉 등이 있다.

마지막 19호분은 남동쪽 구릉 정상부에 위치하는데 직경 16미터 내외의 중형급이다. 출토 유물은 단경호, 기대, 개배(蓋杯,뚜껑접시), 고배(高杯,굽달린접시) 등의 토기류와 제철(蹄鐵,말편자)은 말뼈와 함께 출토되었는데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당시 철제무기류 제작기술과 말의 품종 및 매납(埋納,유물을 의도적으로 묻는 것) 양상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고 한다.
 
보물찾기와 미션수행으로 획득한 보물로 체험활동을 하고, 직접 만든 자기의 워킹말로 말경주를 하고있다.
▲ 워킹말경주 보물찾기와 미션수행으로 획득한 보물로 체험활동을 하고, 직접 만든 자기의 워킹말로 말경주를 하고있다.
ⓒ 민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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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개의 고분을 돌아 출발지로 돌아오면 이제부터 습득한 보물을 활용한 체험이 시작된다. 즉 보물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교환권인 셈이다. 체험부스에서는 30호분 보물(AR큐브 만들기), 28호분 보물(발굴체험 퍼즐), 19호분 보물(나무 워킹 말 만들기), 포토존 보물(편자 기념사진 액자 만들기)이 준비되어 있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나무 워킹 말을 만든 다음 진행하는 말 경주였다. 자기 말을 응원하는 모습은 마치 몰입된 경마장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가야도깨비 별빛 속으로 귀환

숙소는 논개생가 주변의 대곡관광지 안 도깨비한옥마을에 마련하였다. 저녁 식사 후 한옥마당에 마련된 색소폰연주는 한낮에 진행한 고분티어링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었다. 한옥마을의 이름이 '도깨비'라 의아했는데, 장수군은 도깨비전시관을 만들어 '도깨비'를 브랜드화 시키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 도깨비는 머리에 외뿔이 솟아있고 아랫도리만 가린 채 손에 못이 박힌 철퇴를 든 괴물이 아니다. 김종대는 <도깨비, 잃어버린 우리의 신>에서 전혀 의심을 품지 않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도깨비의 이미지는 일제강점기에 날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도깨비는 술 취해 혼자 산길을 넘어가는 사람에게 씨름을 하자고 하는 약간의 심술과 천장에 숨어 있던 사람이 개암 깨무는 소리에 집 무너지는 줄 알고 도망가기도 하는 허당 기도 있으며,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고 탐관오리는 혼내주기도 하는 친숙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다.
 
지역연주자를 초청하여 색소폰 공연으로 한옥마당에서 피로를 풀고, 여름밤의 낭만을 참가자들에게 느끼게 해줬다.
▲ 별빛공연 지역연주자를 초청하여 색소폰 공연으로 한옥마당에서 피로를 풀고, 여름밤의 낭만을 참가자들에게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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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파크 야영장이 올해 완공되면 내년에는 그곳에서 캠핑을 하며, 도깨비를 가야 고분군으로 불러내는 '가야도깨비 별빛 속으로 귀환'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숙소에서 산책을 겸해 어슬렁거리며 아래로 걷다보면 논개생가가 있어 산책코스로도 그만이다. 장수군은 인구 2만 명 조금 넘는 우리나라 시군 중에서도 규모가 아주 작은 편에 속한다. 특산물은 한우, 사과, 오미자로 장수맛집을 검색하면 대부분 한우가 주메뉴로 등장한다.
 
장수의 특산물 중 하나인 사과. 추석 출하를 앞두고 빨갛게 익어가는 홍로가 사람들의 눈길을 빼았다.
▲ 사과과수원 장수의 특산물 중 하나인 사과. 추석 출하를 앞두고 빨갛게 익어가는 홍로가 사람들의 눈길을 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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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쉽게 눈에 띄는 과수원에는 홍로가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 홍로는 추석에 먹을 수 있는 품종으로 지금은 사과 따는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고 한다. 장수군은 이 두 가지 특산물을 이용하여 매년 가을에는 '한우랑 사과랑' 축제를 개최한다.

또 하나 장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말(馬)'이다. 전라북도 대표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되어 2007년 내륙 최대의 경주마 육성목장인 장수목장의 개장과 함께 말산업에 집중하여 현재 장수승마체험장과 승마레저타운, 장수국제승마장 등을 운영하며 명실상부한 내륙 말산업의 메카를 자처한다.
 
쉽게 할 수 없는 승마체험은 말산업특구인 장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다.
▲ 승마체험 쉽게 할 수 없는 승마체험은 말산업특구인 장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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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박2일 프로그램은 승마체험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사실 장수는 옛날부터 말과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동촌리 고분군이 마봉산(馬峯山) 자락에 있으며, 고분에서 말 편자와 뼈가 동시에 출토되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생생문화재 사업은 문화재청에서 공모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의미들을 담아내는 문화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참가한 전북가야문화원에서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잘 활용하여 문화재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을 적절히 조화시킨 것이 강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고르지 못한 날씨에도 열정을 다한 진행요원들이 최고의 수훈갑이라는데 참가자 모두의 의견이었다. 결국 어둠의 공간인 고분이나 유물을 불러내어 옷을 입히고 날개를 다는 일의 중심에는 모두 사람이 있다는 점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 고분자료출처 : 고분안내판

덧붙이는 글 | 개인 글쓰기 공간인 다음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장수군, #고분티어링, #동촌리고분군, #가야도깨비, #워킹말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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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 대한민국 힐링1번지 동의보감촌 특리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전히 어슬픈 농부입니다. 자연과 건강 그 속에서 역사와 문화 인문정신을 배우고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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