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검색하게 만드는 나라

전재우 입력 2022. 8. 2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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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스'라는 사이트를 찾아봤다.

전 세계의 바람과 날씨, 바다 상태를 지도 형태로 제공하는 곳이다.

어스의 3시간 강우 지도에서 비구름의 중심은 강원도 영서 지역과 충북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걸 파악했는지 포털 네이버는 기상청 외에 국내외 기상사업자 3곳의 예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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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얼마 전 ‘어스’라는 사이트를 찾아봤다. 전 세계의 바람과 날씨, 바다 상태를 지도 형태로 제공하는 곳이다. 바람, 온도, 상대습도, 3시간 강우, 구름 수분함량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28시간 이후의 상황도 예측할 수 있다. 도심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게릴라성 호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비구름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했다.

어스를 보니 기상청의 강수 예상 지역과 조금 달랐다. 기상청은 15일 수도권 최대 100㎜ 폭우를 예상했지만 실제론 0.9㎜에 그쳤다. 어스의 3시간 강우 지도에서 비구름의 중심은 강원도 영서 지역과 충북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는 옅은 구름만 보였다. 기상청 설명대로 여름철 대기 불안정성, 게릴라성 등 많은 변수로 내리는 비의 양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비 오는 지역을 예상하지 못하는 건 의아하다.

공개된 사이트만 봐도 비전문가가 대략적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데 1초에 5경1000조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 세계 27, 28위의 슈퍼컴퓨터를 가진 기상청은 왜 ‘오보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까.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걸 파악했는지 포털 네이버는 기상청 외에 국내외 기상사업자 3곳의 예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4곳의 기상 예보를 가끔 비교해봐도 기상청 예보는 체감상 많이 부정확하다.

며칠 후에는 사과를 찾아봤다. 느닷없는 사과 색깔 논란이 생겨서다. 요즘엔 마트에 깔리는 사과 종류가 많지 않아 부사 홍옥 아오리 정도만 알아도 된다. 사과 품종을 몰라도 상관없다. 맛있으면 되니까. 마트 관계자가 아오리는 빨개지면 맛이 변한다고 해서 검색했다. 연녹색일 때 먹어야 맛있다는 건 장삿속이었다. 한 사과 농부는 아오리의 경우 저장 기간이 짧아 파란 상태일 때부터 팔기 시작해야 타산을 맞출 수 있고, 제대로 익은 빨간 아오리를 먹어본다면 덜 익은 아오리를 다신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 지도를 검색해 봐야 할 일도 있었다.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에 나오는 건물의 위치와 상태를 보고 싶었다. 매각 대상 건물 9곳 중에는 서울 강남의 건물들도 있다. 거리뷰를 통해 보니 번듯했다. 유휴·저활용 건물은 아니었다. 이상했다. 얼마 뒤 한 방송사가 이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다. 정부가 노후 관사라며 처분하겠다고 한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은 2018년 신축돼 연간 임대료로 11억원 이상 받고 있었다. 다른 건물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굳이 매각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라고 해도 강남 노른자위의 건물을 아무나 살 순 없을 듯싶다. 어쨌든 해당 건물을 매입한 사람이나 법인은 이른바 대박 나는 거다.

엊그제는 디지털 문해 교육을 검색했다. 한 매체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여라 윤 대통령도 심심한 사과 논란에 충격?’이란 기사 때문이었다. 디지털 문해 교육과 ‘심심한 사과’ 논란을 엮어 쓰는 건 정도를 넘은 ‘낚시질’이다. 기사 중 “심심한 사과 논란과 관련해 발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라는 부분은 창작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해력과 디지털 문해력은 다르다. 이런 식의 기사를 내면 안 된다.

대통령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의 발언이나 기관의 발표, 정책 세부 내용, 기사 등의 진위를 매번 찾아봐야 한다면 비정상이다. 정부와 언론, 공직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민주 공정 자유 등 누구나 기본 뜻을 알고 있는 개념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해 달리 주장하면서 혼란을 주고 강요하면 최악이다. 다행히 개념이나 정답을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 도구는 손에도 들려 있다. 매일 공부해야 해서 심심할 틈이 없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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