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드리머] 청년, 정치를 말하다

한겨레 2022. 8. 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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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무려 7명의 10대 후보가 출마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 기준이 낮아져서다. 기성정치에 파란을 일으키며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젊은 정치인을 만나 그들의 도전기를 들어봤다.

“청년 정치보다는 ‘모두의 정치’를 꿈꿔요”

사진 최정현 제공

최정현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의원 후보

• 남양주시을 당원협의회 청년위원회 위원

• 前 바른정당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

• 前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유승민 예비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청년희망본부 위원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돌아보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흔히 법, 정책을 만드는 것을 정치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요즘 기름값이 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언뜻 보면 기름값과 정치는 접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정치가 있고, 사안의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전부 정치의 역할입니다. 결국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죠.

작년 <스무 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어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고,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나요?

오랫동안 저와 같이 활동해왔고, 이번 선거 사무장으로 도와준 친구가 있는데요. 저는 현재 보수 정당에 있지만 그 친구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데도 늘 붙어 다니고, 선거까지 함께 치렀죠. 우리나라 정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갈등’입니다. 그렇지만 ‘보수와 말이 통하는 진보, 진보와 말이 통하는 보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정치가 있구나’라는 것을 보고, 희망을 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냈어요.

만 19세에 처음으로 경기도의원직에 도전장을 던졌어요. 직접 후보가 되어보니 어땠나요?

목소리를 키우고 싶어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했어요. 제가 속한 당, 우리 정치, 경기도민의 삶, 이렇게 세 가지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최근 한 드라마에 나온 ‘서울은 노른자, 경기도는 흰자’라는 대사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고 해요. 저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특히 제가 사는 지역은 교통이 굉장히 열악한데요, 남양주와 경기도의 교통 문제는 도민의 문제인 동시에 저의 이야기였어요. 시급한 문제를 누구보다 절박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른자 경기도’를 만드는 과정에 힘썼습니다. 처음 길거리로 나섰을 때는 모르는 사람에게 명함을 주고, 달리는 차에서 손을 흔드는 게 너무나 민망하고 어색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며 ‘정치인 자아’를 장착하고, 저를 알아봐주시는 어르신들과 반갑게 인사했죠. 너무 어리지 않냐며 걱정하셨지만, 뽑아줄 테니까 걱정은 하지 말라던 한 할머님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웃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직에 도전한 최정현이 선거운동을 펼치는 모습.사진 최정현 제공

치열했던 선거 레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한 소감도 궁금합니다.

후련했습니다! 매 순간 부끄럽지 않게 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에요. 한편으로 결과를 받아본 뒤에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열심히 준비한 공약들을 묻어야 한다는 사실도요. 선거는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닙니다. 선거 기간 중에 사용한 돈을 정리하는 작업과 후원회 업무 등을 처리해야 하고 학교 과제도 있어요. 지금은 이 일들을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아직 다음은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그러나 일상에서 불편함을 찾고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그 해법이 정치든 아니든, 고민과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꼰대 정치’에 이의를 제기할 젊은 후보들이 많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청년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청년 정치인에게 우리 사회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사람들은 청년 정치인이 기존의 정치 문법을 깨주기를 바라는 동시에 기존의 문법을 지키길 원하죠.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해답은 처음 내가 생각한 대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청년 정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정치인이 있을 뿐이에요. 이런 생각으로 저는 이번에 ‘청년’이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청년 공약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단지 청년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문턱이 낮아져서 청년,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든 삶에서 바꾸고 싶은 절박함이 있으면 정치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할 거예요.

세상을 바꾸는 젊은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청소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정치인은 직업 체험을 하기 어려운 직업 중 하나예요. 조언을 구할 방법도 많지 않아서 저도 참 막막했지요. 그래서 제가 존경하는 두 분께 들었던 말씀을 소개하고자 해요. 직업적 정치인이 아니라 지사적 정치인이 되어야 합니다. 또, 일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혼자 힘으로 고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뛰어들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를 하기 전 정치를 바라보던 첫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길이 되었던 말들이, 그리고 제가 걸어온 길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좋은 사람이 되어 지역을 위해 발로 뛰겠습니다”

사진 김경주 제공

김경주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주시 다 선거구 시의원 후보

• 더불어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 동천동 당원 협의회 회장

10대 때부터 다양한 정치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어떤 발걸음을 이어왔나요?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더불어민주당 예비당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예비당원 협의체를 조직하거나 여러 정치인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학교에서는 학생회장이 되어 학생회 일을 도맡아서 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 참여위원회와 지역 학생회장들의 연합체인 학생 자치 참여위원회에 속해 일했습니다.

시의원 후보로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어떻게 어필하고자 했나요? 공약과 슬로건을 만들고, 선거 정책을 홍보하는 아이디어가 도출된 과정을 알고 싶어요.

우선 공약은 제가 평소에 느끼는 문제점과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귀담아듣고 결정했어요. 저는 이낙연 후보 경선대책위원회 1824 청소년 포럼 정책자문대표와 이재명 후보 정무특보단 산하 청소년위원회의 정책자문위원 등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자문을 맡은 경험이 두루 있었는데요, 그렇기에 ‘경주의 젊은 정책 전문가’라는 슬로건을 담은 명함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추진하기로 한 공약을 적은 명함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중심으로 현수막을 제작했죠. 또, 자주 이용하는 틱톡, 유튜브,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여러 곳에 저를 알렸어요. 자금난 문제로 선거 유세용 차량은 구하지 못해 주로 걸어 다니며 유권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났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의 ‘최연소 출마자’라는 타이틀로 더욱 주목받았어요. 선거운동을 하면서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반응이 있었나요?

‘테레비 보니깐 젊은 사람 나왔다 카데’라고 하시면서 응원해주시거나 격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웃음) 한창 발로 뛰면서 선거운동을 하던 와중에, 어떤 노신사께서 제 팔을 잡곤 이렇게 이야기하셨던 것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너는 이번에 잃을 게 없다, 만약 경주 시민들이 너를 낙선시킨다면 경주시민들은 경주시의 백 년 천 년을 잃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게 선거 잘 치러서 꼭 이기도록 해라.’ 그리고 제 덕분에 희망을 느끼고 있다는 지지자들의 말씀을 들으니 뿌듯했습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주시 다 선거구 시의원 후보로 나선 김경주가 직접 제작한 슬로건을 들고 있다.사진 김경주 제공

선거가 끝난 후 현재 시의원 후보에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왔어요. 현재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친구들 만나고, 자주 안 가던 카페도 가보고, 게임을 하면서 밤을 새우고 오후 늦게 일어나기도 하고, 강변에서 산책도 하면서 여러 가지 하지 못했던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정치를 할 예정이에요.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서 꼭 성과를 만들어내고, 유능함과 깨끗함을 기반으로 혁신과 개혁을 주도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10대 정치’가 계속해서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저는 10대 정치만 활성화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10대 정치인이라고 해서 청소년, 청년과 관련된 공약만 내지 않고, 그들 자체도 스스로 깨닫고 바뀌어야 할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서울에서 중앙정치에만 집중하는 여의도 청년들도 지역에 좀 더 친화적으로 바뀌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어떤 세대, 어떤 계층이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선거자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만일 기본적인 선거자금이 없다면, 선거비용의 100%가 보전되는 후보라고 해도 각종 활동을 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10대 정치인을 꿈꾸는 독자들, 그리고 미래의 유권자들에게도 한말씀 부탁드려요.

정당 가입 연령이 낮아진 지금,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먼저 지역사회에서 활동해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청소년, 청년이라고 해서 그러한 의제에 묶여 있기보다 다른 계층과 다른 세대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지지자가 될 미래의 유권자분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정치인이 되기 이전에 매사에 성실하고 경청하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최정현, 김경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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