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은빈, 수차례 고사 '우영우' 해냄 뒤엔 진심 있었다

황소영 기자 2022. 8. 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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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엄마 얘기에 울컥 눈물이 터졌다.

연기 경력 26년, 배우 박은빈(29)이 15년 가까이 매니저로 활동해준 엄마를 떠올리며 보인 반응이다. ENA채널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박은빈은 대세의 중심에 섰다. 아역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대본 보는 눈이 탁월하고 캐릭터 소화력이나 대본 해석력도 좋아 소위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로 변신을 꾀했다. 자칫 잘못하면 논란이 될 수 양날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배우로서 부담감이 컸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엄마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해냈다.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작품의 성공을 이끌었다. ENA채널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넷플릭스 전 세계 통합 1위까지 차지하며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눈물을 보였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컸다.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컸다. 배우로서 부담되는 장면과 해내야 하는 장면이 많아 끝날 때까지 모든 사력을 다했던 작품이다. 끝났다는 안도감 플러스 그동안 힘들었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가더라. 오랜만에 '결국 잘 해냈구나'란 마음이 들어 복잡 미묘한 감정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사람들이 옆에서 울면 그 감정이 그대로 오지 않나. 현장에 있던 현장 PD들도 많이 고생했다. 내가 울컥하는 걸 보고 함께 울컥하는 모습이 참.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그런 눈물이었다."

-전작인 '연모' 출연 전에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 제작진이 1년 가까이 기다렸다고 하더라.

"좋은 작품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놉시스나 대본을 보면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영상화가 되는데 이 작품은 어떻게 하면 되겠다 분명 대본은 잘 쓰여 있는데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목소리로 어떤 톤으로 소화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내 모습에 이걸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연모'라는 작품은 조선시대 왕을 경험해볼 수 있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와 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나 아닌 다른 좋은 배우들이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제작진분들이 기다려줬다."

-그 기다림이 더 부담됐겠다.

"어떤 작품을 재보고 이것보다 이게 나아서 결정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왜 내가 우영우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확신이 쉽게 안 들었다. 작가님, 감독님의 경우 자세한 절차까지 몰랐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고사를 정말 많이 했다. 사실상 작가님, 감독님을 만나러 갈 때도 이런저런 말과 자신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좋은 얘길 많이 해줬다. 이를테면 캐릭터를 만들 때 대부분 난 혼자였던 것 같다. 혼자 만드는 게 익숙했고 편했다. 그런 방식을 취해왔다면 여기선 혼자 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절실하게 끈을 붙잡고 싶은 느낌이 있었는데 두 분이 함께 만들 기회를 주지 않겠냐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가는 시간이 좀 더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터운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연모' 촬영이 막바지까지 고행이었다. 촬영을 끝내고 사실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2주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컸다. 그래서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잡아갈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최단경로가 무엇일까 생각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훌륭한 레퍼런스가 많다는 걸 알지만 우영우 자체가 어떤 걸 모델링해서 만든 게 아니고 우영우의 세계관에서 우영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인 것이지 다른 캐릭터들에 공감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목처럼 누군가는 이상하게 안 봐야 하는데 그럼에도 이상한 모순적인 특성이 강한 캐릭터였기에 그 정도를 정하기가 어려웠다. 여러 모험 끝에 지금의 영우가 완성됐다."
박은빈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현실성, 비현실성에 대해 아무래도 얘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통해 다뤘는데 드라마의 경우 창작물의 자유가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자폐스펙트럼에 한정 지어 스스로의 한계를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증상 구현에 초점을 맞추면 드라마 안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드라마적인 포용을 포함시키면서, 자폐인 가족과 자폐인 분들께 최대한 상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어떤 것일까 그걸 제일 고심했다. 그렇게 내가 찾은 답은 우영우로서는 우영우의 진심을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영우가 세상을 마주하고 어떤 과정을 겪고 성장해나가는지 그 과정 속에서 거짓됨이 없이 진실되게 연기하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지 않을까 불쾌한 부분이 사라지지 않을까 배우로서 희망을 가지고 연기했다."

-이렇게 폭발적인 시청률을 예상했나.

"ENA채널 내부적으로 시청률 3%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근데 그 이상으로 나오고 작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줘 뿌듯함을 느꼈다. 작품성에는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지만 대중성은 대중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도 개인적으로 목표 삼은 게 없었고 이게 뒤로 갈수록 입소문이 난다기보다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줘 정말 솔직한 개인 심정으로는 무서웠다.(웃음) 내가 그만큼 가볍게 대한 것이 아니라 진중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했고 진정성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무지했던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않나. 너무 많은 분들이 봐주면 다양한 반응들이 있을 테니 그런 부분들이 과연 괜찮을까 싶어 위협이 느껴졌다. 우영우를 통해 배운 게 그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겠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겸허하게, 관망하는 자세로 지켜봤다. 내게 생긴 일이라기보다는 우영우 팀에게 보내주는 관심이라고 생각해 크게 (인기에) 도취되어 있지는 않았다."

-작품이 끝났는데 영우를 잘 떠나보냈나.

"캐릭터 온·오프가 뚜렷한 편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단언할 수 없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와 내 삶의 균형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캐릭터는 캐릭터로 살아 숨 쉬고 촬영이 오프 될 때는 온전히 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무래도 행복도 측면에서 내가 바라는 삶이더라. 영우를 떠나보내기 전에 영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 여운은 젖고 있지만 영우로 살면서 힘들었던 걸 박은빈의 삶에서 느끼고 있지는 않다."

-우영우를 연기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영우가 나보다 훨씬 언니라고 생각했다. 영우는 일단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이다. 두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해보겠다고 용기를 내는 측면이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영우한테 배운 게 많다.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이고 자기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가장 힘이 됐던 반응이 있나.

"아스퍼거인이라고 소개한 해외 팬도 있었고 내가 몇 년간 몰랐던 지인의 가족이 사실은 같은 장애가 있었다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깜짝 놀랐다. 모든 반응이 고심한 만큼 뿌듯하고 값지기도 하지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분들의 감동적인 얘기가 많은 힘이 됐다. 예를 들어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갑작스런 반향어에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적어도 피하지는 않지 않겠냐면서 고맙다는 반응을 전해줘 정말 감사했다."

-법정에서의 장면들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법 조항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사가 많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백과사전을 펼쳐 읽는 것처럼 속사포로 대사를 했어야 하기 때문에 그게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 법정신뿐 아니라 고래 이야기를 할 때나 카테고리별로 대사를 할 때 쉽지 않았다. 날 향한 눈빛이 너무 많았다. 방청객, 특별출연으로 나온 피고인, 증인들도 많았지만 국민 재판일 때는 배심원까지 있었다. 다 합치면 수십, 수백 쌍의 눈이 날 향해있는 게 처음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충전이 된 상태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영우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한 번은 법정신 트라우마라고 할 정도로 크게 소진이 된 적이 있다. 초반엔 신입 변호사 우영우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초반 긴장도는 내가 일부러 설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더라. 영우와 함께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시즌2 제작 얘기가 나왔다.

"기대감을 가져주는 건 그만큼 우영우를 사랑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후속작을 내보낸다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만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아무것도 논의된 것이 없어서 무엇이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은빈

-한바다즈와의 호흡은 어땠나.

"그 자체로 최상이었다. 현상에서 잘 웃는 편인데 우영우는 대사를 외울 게 많았고 7개월의 연속이라 힘에 부칠 때가 많았는데 그 공백을 팀들이 함께 채워줬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법정신을 촬영할 때 누군가 하나의 휴즈가 끊기면 급속 충전을 해줬다. 서로가 서로의 배터리가 되어 잘 챙겼던 기억이 난다."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을 꼽는다면.

"캐릭터의 감정이 온전히 스며들 때가 있다. 우영우의 진심을 담고자 노력했다는 건 박은빈이 느끼는 감정 플러스 우영우의 진심이 합쳐진 걸 말한다. 우영우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있다 보니 자기에게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모르는 걸 표현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을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8부 엔딩 장면에 '날 원망했니?'라고 묻는 엄마와의 재회신이 기억에 남는다. 진경 선배님을 처음 만난 날 엔딩부터 촬영하게 됐다. 고대하던 진경 선배님을 만나 뵙는구나 했는데 그때 그 감정은 대본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슬픔이 밀려오더라. 이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건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인식 감독님, 스태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시청자분들이 본 버전이 모두의 합의를 거친 영우다."

-우영우를 하면서 스스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한 과제가 있다면.

"시청자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였다. 시청자분들이 우영우를 응원하게 만드는 건 배우로서 과제이자 영우로서 해야 할 몫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영우를 그렇게 응원해주지 않아도 영우는 혼자서 잘 노력한다는 친구란 걸 얘기하고 싶었다. 마냥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혼자서 해보려고 노력하는 친구가 영우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영우의 용기 있는 선택들을 응원하는 순환 구조가 있었던 것 같다. 영우 자체이기도 했지만 친구로 여기기도 했고 감히 말씀드리건대 영우의 부모 같은 마음도 있었다."

-우영우의 성장 과정을 위해 러브라인 작동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사에 있어 꼭 사랑을 통해서만 성장이 가능한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우는 작가님께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자기로만 가득한 세계에 나와 너로 이뤄진 타인을 초대하는 건 굉장한 성장이다. 아무래도 나로만 이뤄진 세계에서 사는 영우보다는 나를 알고 또 너도 아는 나와 너로 이뤄진 세계로 합칠 수 있다는 것의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다."

-고래의 존재도 남달랐다.

"고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본을 보면 (대사량이 많아) 막막했다. 고래 대사를 외우는 박은빈은 신이 나지 않았지만 영우의 신남을 연기했더니 방송을 볼 때는 신이 나더라.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촬영하며 고충이 있었던 것과는 다른 묘미가 있다는 걸 이 작품을 하며 여러 순간 느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회차는 4부 동동삼 형제의 난이었다. 그 회차가 재밌었다. 5회를 빨리 보고 싶은 회차였다. 근데 4회 법정신 자체는 너무 말이 어려워서 법정 안에서 큰 고비를 겪은 신이기도 하다."
박은빈

-실제 박은빈에게도 고래 같은 존재가 있나.

"너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어 숨기고 싶은데 토끼를 좋아한다. 내겐 고래 같은 존재가 바로 토끼다."

-오랜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던 엄마의 반응은.

"14, 15년 나의 전담 매니저였기 때문에 엄마 그 이상 매니저로서의 의미도 크다.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분이다. 이번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반면 엄마 같은 경우 내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홀로 감내해야 했던 것들을 봤던 것 같다.(울컥) 마냥 좋아하지는 못했다.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아니까 짠해한 것 같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함께 느껴준 것 같다."

-연기에 인생을 쏟아붓는 느낌이다.

"유튜브를 많이 보지는 않아서 나에 대한 알고리즘이 뜨지 않고 있는데 여러 방송국에서 하드 털이를 하고 있는 것 같더라. 차마 감사하다고는 못하겠다.(웃음) 어린 시절 필모그래피를 찾아주는 건 감사하지만 필요 이상의 왜곡된 정보들도 섞여 있는 것 같다. 가짜 정보도 많고. 배우로서 진리를 추구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은 꾸지 않고 있다. 장인의 길을 걷고 싶은 건 아니다. 연기를 위해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있다는 주장은 정말 아니다. 나름대로 재밌게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개인 신상과 관련해 조심하고 전전긍긍한다는 쪽으로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무근이다."

-개인적인 고민이 있나.

"아직 만 29세다. 곧 서른이 되지 않겠나.(웃음) 사실 뭐 먼 훗날 미래까지 생각해두는 편은 아니다. 오늘을 잘 넘기면 행복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나.

"지금 사실상 촬영을 끝내고 아직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 소강상태가 되면 개인적으로 휴식을 가지며 여행을 가고 싶다. 차기작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검토도 미처 못하고 있다. 다음 작품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고민하게 되는 하반기가 될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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