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처서에 부치는 편지

곽아람 기자 2022. 8.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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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정서적 안정도는 생후 1년간 어머니(부모)와의 정서적 밀접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애착 이론은 존 볼비를 비롯한 영미권 정신의학자들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계승해 창안했습니다.

영미권 뿐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에도 지배적인 육아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죠.

애착의 정도에 따라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등으로 사람이 나뉘어지며

결국 가장 바람직한 인간 유형은 애착을 잘 형성한 안정형으로 여겨집니다.

책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신간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의 저자 로버트 러바인과 세라 러바인은 인류학자 부부입니다.

이들은 여러 연구 결과 “부모가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아이는 전문가들 생각만큼 민감하지 않으며, 회복탄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에서

아이와 눈 맞추거나 말 거는 일을 꺼리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잘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해 내죠.

결국 줏대 있게 아이를 키우면 아이는 잘 자란다는 이야기로

육아 부담을 진 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아이는 모두 부모 책임? ‘애착 육아’ 강박은 잊어라

무섭게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 풀 꺾이고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여름이 서서히 가고 있습니다.

더워서 못 살겠다 투덜거리면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죠.

“광복절 지나면 좀 괜찮아져. 8월 15일 이후엔 물이 차서 해수욕도 안 한다잖니.”

신기하지 않은가요? 지구 온난화로 세상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데,

그래도 8월 중순이 되면 작열하던 햇살이 숨죽이기 시작하고

시끌벅적했던 계절도 가을의 고요를 향해 달려간다는게요.

더위와 집중호우라는 이중고가 닥쳤던 여름이었지만 계절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창밖의 무성한 잎새들과도 곧 작별이겠구나,

생각하던 중 거실에 놓아둔 책 한 권에 눈이 갔습니다.

푸른 숲으로 가득 채운 표지가 청량한 여름 기운을 뿜어내는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입니다.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

책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여름 별장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

1982년,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주인공이 건축 거장 ‘무라이 선생’의 가루이자와 별장에서 여름 한철을 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배움에 대한 청춘의 열정, 설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건축가들의 경합 등이 정갈하게 어우러집니다.

마쓰이에는 이 책으로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죠.

책의 원제는 ‘화산 기슭에서(火山のふもとで)’이지만,

서정적인 우리 말 제목 덕에 매 여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오늘은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

곧 매미 소리 그치고 귀뚜라미 울겠죠.

이제는 여름을 놓아주어야 할 시간.

그렇지만 너무 서운해 마세요.

기억 속 청춘이 영원하듯이

이 여름도 오래 마음에 남을 겁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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