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호화폐 믹서' 본격 제재...평가 엇갈려

"위헌 소지"vs"자금세탁 방지 부분적 효과"

컴퓨팅입력 :2022/08/22 15:35    수정: 2022/08/22 15:56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다른 내역들과 혼합하고 쪼개 추적을 막는 '믹서'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본격화하자 그 타당성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암호화폐 믹서는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에 악용된다는 점에서 제재 대상이 됐다. 그러나 특정 소프트웨어 이용을 차단하는 제재 방식의 위헌 가능성과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악용을 저지하는 데 부분적으로나마 기여할 수 있고, 업계가 건전한 신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반론도 있다.

■블록체인 업계 "암호화폐 거래 프라이버시 보호돼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5월 암호화폐 믹서 '블렌더'에 이어 지난 8일 다른 암호화폐 믹서 '토네이도 캐시'도 특별 제재 대상으로 등록하고 미국인 및 미국 내 체류자의 사용을 금지했다. 

OFAC에 따르면 토네이도 캐시는 2019년 출시 이후  7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엘립틱은 이 중 불법 자금의 비중이 20% 가량인 15억 달러일 것으로 추정했다.

토네이도 캐시

블렌더와 토네이도 캐시 사례 모두 북한 해커의 자금 세탁이 포착된 점을 제재 사유로 발표한 만큼, 향후 다른 암호화폐 믹서도 비슷한 악용 사례가 발견되면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자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믹서 사용을 금지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익명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도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암호화폐로 금전적 지원을 하기 위해 토네이도 캐시를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비탈릭 부테린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의 제시 파월 CEO도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한다고 지난 16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이번 제재에 따라 소스코드 저장소 플랫폼 깃허브는 토네이도 캐시 개발에 기여한 계정들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제 비영리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트위터를 통해 토네이도 캐시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인 점을 지적하며, 소스코드는 언어의 일종으로 여겨져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게시를 금지하는 것은 수정 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조항은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T 전문 매체 레지스터는 OFAC 제재는 토네이도 캐시를 다룰 뿐,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개개인이 별 제재 대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며 깃허브에 시정 조치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제재를 우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분산형파일시스템(IPFS) 기술을 활용한 토네이도 캐시 사이트가 등장한 것. IPFS는 여러 노드에 데이터를 분산하는 방식을 취해 당국의 일괄적인 제재를 적용하기 어렵다.

IPFS 기반 토네이도 캐시

■"암호화폐 '자금세탁 수단' 이미지 씻어내야"

미국의 암호화폐 믹서 제재를 두고 여러 반대 의견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번 제재가 야기할 긍정적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암호화폐에 대해 범죄자의 자금 세탁에 악용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점을 고려할 때, 제재의 기능적 효과가 강력하지 않을지라도 업계 전반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이원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이번 제재로 암호화폐 믹서 사용을 원천 차단할 순 없더라도 당국의 방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게 되는 등 부차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커가 제재를 기술적으로 우회하거나, 다른 브랜드 서비스를 쓰게 되더라도 자금 세탁을 보다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뿐만 아니라 당국이 암호화폐 기반 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자금세탁과 같은 악용을 제재하는 정책이 동반 추진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정책적 수단만으론 완벽한 차단 효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을지라도, 부분적으로나마 해커들의 자금 세탁이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재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