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혁, 700대 1 경쟁 뚫은 행운의 남자 [인터뷰]

우다빈 2022. 8. 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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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인터뷰
"700대 1 경쟁 뚫고 오디션 합격했을 때 오열"
최근 주종혁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소담스튜디오에서 본지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700대 1을 뚫은 행운의 신예. 배우 주종혁의 수식어다. '권민우' 혹은 '권모술수'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주종혁이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진 결코 쉽지 않았다. 독립영화부터 드라마 조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쳤고 전 국민이 지금 그의 이름을 알게 됐다.

최근 주종혁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소담스튜디오에서 본지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세상 속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겪는 성장기를 다뤘다. 극중 주종혁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얄미운 캐릭터를 출중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특히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받을 만큼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현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개인주의자 권민우는 때론 선을 넘지만 극 말미 자신의 우둔함을 깨닫고 한층 성장한다. 극중 권민우가 사회적 약자 우영우를 대하는 태도를 두고 많은 이들이 갑론을박을 펼쳤고 평등과 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주종혁은 독립영화 '몽마'로 데뷔해 '우리 안의 그들' '기일' '영 피플 인 코리아' 등 주연 배우로 작품을 이끌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이효상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해피니스'에서는 감염병에 걸린 헬스 트레이너 승범 역을, '유미의 세포들' 시즌1과 시즌2에 걸쳐 워커홀릭 게임 개발자 루이 역을 연기,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날 주종혁은 인터뷰 내내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영우'를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한 주종혁은 "너무 황홀한 시간이었다. 태어나서 축하를 많이 받은 게 처음이다. 같은 소속사 박해수 형님이 연락을 줬다. 또 효주 누나와 한지민 누나에게 응원 문자를 받았다"면서 좋은 작품을 만난 기쁨을 밝혔다.

최근 주종혁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소담스튜디오에서 본지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 흥행과 함께 주종혁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SNS 팔로워만 무려 19배가 늘었단다. 또 화제성 부문 7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국민적 관심에 대해 여전히 얼떨떨하다는 주종혁은 "하루하루 새로움 속을 살고 있다"면서 근황을 짚었다. 다만 극중 우영우에 대한 적개심 등을 드러내면서 악역이 감내해야 하는 비난도 함께 쏟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팬들의 비난이 너무 행복해요. 반응이 없다면 속상했을 것 같거든요. 계속 새로운 욕이 있나, 별명이 진화했나 확인할 정도예요. 어떤 분은 코에 있는 점을 벨처럼 누르고 튀고 싶다고 욕을 하더라고요."

이처럼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마저 주종혁에게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주종혁에게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운명처럼 다가왔단다. 유인식 감독은 권민우 역할의 오디션을 진행하던 중 주종혁을 만났고 보자마자 권민우라고 직감했다는 후문이다. 당시를 두고 주종혁은 "연기 톤, 비주얼적으로 권민우가 들어온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감사했다. 제가 준비했던 연기, 전략이 잘 맞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권민우를 맡게 된 것이 '운'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주종혁은 오디션부터 정장을 입고 갈 정도로 열정을 담았다.

유인식 감독은 작품 기획부터 권민우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현실에 있을 법한 보편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 등이 그러했다. 주종혁 역시 스스로 권민우를 이해하면서 마냥 밉지 않게 완성했다. 과잉과 절제 사이에서 인간적인 면을 강조했고 때때론 울컥하기도 했다. 특히 주종혁이 권민우를 애정하는 이유는 극중 권민우가 우영우를 성장시켜주는 유일한 캐릭터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영우의 자극제'다.

최근 주종혁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ENA 제공

캐릭터에 이입하는 과정은 어땠을까. "빌런이라면 빌런이에요. 저 역시 역할을 보면서 너무 꼴 보기 싫었었어요. 극 후반 민우의 서사가 풀리면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을 보면서 저도 민우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더라고요."

하지만 주종혁도 권민우의 노골적인 질투와 열등감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자신이었다면 한 팀으로서 함께 성장하는 것을 도모했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권모술수' 권민우 뒤에는 주종혁의 현실 연기가 톡톡히 효과를 냈다. 주종혁은 다양한 독립영화에 참여하면서 현실적인 연기에 대한 깊이를 키웠고 '현실에 있을 법한 연기'에 대해 욕심을 갖게 됐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의 현장 케미스트리는 어땠을까. '우영우' 종영 후 발리 여행을 함께 다녀올 만큼 돈독한 우애를 드러낸 팀원들이다. 먼저 주종혁은 "원로 대선배 박은빈을 보면서 감탄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이렇게까지 감탄한 게 처음이다. 방대한 대사량을 여유 있고 강단 있다. 쭉쭉 해나가는 걸 보면서 '이래서 주인공을 하는구나' 싶었다. 또 드라마 전체에 대해서 신경 쓴다. 시야가 넓다"고 극찬했다.

최근 주종혁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소담스튜디오에서 본지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주종혁은 누구보다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20년 카카오M 액터스 오디션에서 7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라는 수식어다. 이 역시 "로또였다"면서도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주종혁은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부담은 없다. 합격 당시 친구들과 부둥켜안고 울었다. 연기를 시작하고 5년 만에 얻은 눈에 보이는 성과였다"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사 곳곳을 돌며 프로필을 내고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연기 지망생은 이제 여엿한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만큼 포부도 컸다.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과 이야기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종혁은 "모든 걸 다 하고 싶다"면서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연기를 진정으로 즐겼기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울러 '우영우'는 그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확신이 됐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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