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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급증에 '전립선암 약' 구원등판?…정부, 사비자불린 도입 검토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521명, 108일새 최다…내달 700~1000명 전망
사비자불린, 중증환자 사망 위험 55% 낮춰…"임상 참여자 적고 부작용도 미지수" 지적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2-08-15 13:23 송고
2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8.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8.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지자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또한 급증하고 있다. 4월 말 이후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정부는 중증화율을 낮추기 위해 먹는 치료제 처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 개발 중인 새 치료제의 사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반복되는 유행…확진자 수보다 병상 수요 예측해 충분히 확보해야"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만2078명으로 전날(11만9603명)보다 5만7525명 감소했지만 이날 0시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9명 늘어난 521명으로 4월 29일 526명 이후 108일 사이 가장 많았다.

7월 15일 위중증 환자가 65명이었는데 한 달 사이 8배 급증한 셈이다. 위중증 환자의 증감 추이는 1~2주일 전 신규 확진자 발생에 뒤따른다. 이달 들어 꾸준히 10만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온 만큼 위중증 환자 수는 한동안 계속 증가할 수 있다.

정은옥 건국대 교수 연구팀은 10일 기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펴낸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에서 위중증 환자 수가 2주 후 672명, 4주 후 913명 예상되나 현재 전파율의 1.1배라면 2주 후 764명, 4주 후 1105명으로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유행에서는 확진자 수보다 정확하게 병상 수요를 예측해 충분한 병상 예비율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먹는 치료제의 처방률이 예상보다 낮다"고 진단했다.

16일 서울의 한 약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가 놓여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6일 서울의 한 약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가 놓여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본래 전립선암 약으로 개발 중…임상3상 결과 고무적이나 지켜봐야

정부는 지난 12일 먹는 치료제 처방 기관을 현재 동네 병·의원 중심 원스톱진료기관(호흡기환자진료센터)에서 종합병원까지 대폭 확대하고 조제가 가능한 약국도 기존 1082개에서 2175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확진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고자 새 먹는(경구용) 치료제 '사비자불린' 도입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기존 치료제 팍스로비드(화이자), 라게브리오(MSD)는 확진 직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사비자불린은 상태가 나빠진 중증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2일 미국 제약사 베루가 개발한 사비자불린에 대한 사전검토에 착수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사비자불린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데 필요한 '미세소관' 생성을 저해해 바이러스 복제와 염증 작용을 억제한다.

베루는 지난달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허가 요청서를 보냈고,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달 28일 사비자불린에 대한 사용 검토에 돌입했다. 사비자불린은 본래 거세저항성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이던 약이었다.

베루가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을 통해 발표한 임상3상 연구에 따르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또는 사망 위험이 큰 코로나19 중증 환자 204명 대상 연구에서 사망 위험도는 55.2%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비자불린 9mg과 표준치료제를 투약한 환자군 중 20.2%가 사망한 반면, 위약군은 45.1%가 사망했다. 그러나 임상 참여자 수가 극히 적은 만큼 임상 연구 해석엔 주의가 필요하고 현재로서 예상하지 못할 부작용도 있으니 충분히 숙고해보자는 의견도 있다.

데이비드 보울웨어 미 미네소타대학 의대 교수는 지난달 6일 뉴욕타임스에 "위약 그룹에서 사망률은 다소 높게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 수가 적어서 (효과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염증 유발 및 바이러스 증식 경로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고 바이러스가 만들어낼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이라, 치료제로서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정상 세포의 미세소관 생성도 억제할 수 있고,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 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55% 사망 예방은 효과적이지만 임상 참여자 수가 200명에 불과해 객관적인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기존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와는 다른) 새로운 약인 것은 틀림없다. 다만 사용하고 난 뒤 예측 못 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치료제 활용 편익과 위험을 고려하는 등 충분히 숙고한 다음에 채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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