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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왼쪽)과 지난달 30일 홍수 피해를 입은 켄터키주의 모습/AFPBBNews=뉴스1 |
극단으로 치닫는 날씨, 몸살 앓는 지구 유럽은 초여름인 6월부터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펄펄 끓는 더위에 강수량까지 줄어들면서 사상 최악의 가뭄 위기가 찾아오자,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지역은 수돗물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 영토의 약 58%가 가뭄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땅이 메마르면서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져 관련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유럽에서 51만7000㏊ 면적이 화재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다. 약 7개월 만에 지난 한 해 동안 잃은 면적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2006년 이후 평균 기록과 비교하면 4배나 크다.
숨 막히는 더위로 인한 인명 피해도 상당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만 지난달 셋째 주 1700명의 폭염 관련 사망자가 나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각각 7월 11일~24일 1682명, 7월7일~18일 1000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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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프랑스의 한 연못/AFPBBNews=뉴스1 |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한 나라 두 날씨'다. 일본 동북부에 정체하는 전선의 영향으로 해당 지역에 계속해서 비구름이 머물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12시간 누적 강수량은 아오모리현의 후카우라마치에서 182㎜, 히로사키시 산간에서 170㎜다. NHK는 "(이 지역에서)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양으로 불과 반나절 만에 평년 8월 한 달간의 강우량에 필적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일본과 동일본은 고기압에 덮여 37도 안팎의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이례적으로 긴 우기가 이어지면서 홍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 도시인 카라치가 물에 잠겼고, 발루치스탄주에서는 700㎞ 이상의 도로가 유실되면서 일부 지역에 고립됐다. 홍수로 인해 한 달 동안 사망한 이들만 500명이 넘는다.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선 '눈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서부 네우켄주 인근 안데스 산맥 일대에는 최소 22㎝에서 최대 1m 가량의 기록적 폭설이 쏟아졌다. 이 폭설로 칠레 동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해당 지역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트럭 수백 대가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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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 기후가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도 상승 패턴의 일부로 보고 있다. 몇몇 기후 분석들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이 강수량의 변동성을 키우는데, 탄소 배출량 증가로 올라간 기온이 가문 지역의 수분을 더 증발시켜 더 가물게 하고 비로 내릴 때는 이전보다 더 많은 물을 뿌리며 극단적 기후를 만든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기후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폭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클래어 눌리스 제네바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기후 변화의 결과로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의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탄소배출로 인해 유럽에서만 폭염 빈도가 100배 이상 높아졌다"며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폭염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뜨거워지고 더 자주 발생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돌발적 폭우와 홍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연구자들은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홍수의 간격이 짧아지고 그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올해 지구의 모습이 미래의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말한다. 안토니우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절반이 홍수와 가뭄, 극심한 폭풍 및 산불 위험 지대에 있다"며 "집단 행동을 할 것인지 다 함께 죽을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