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통령실 홍보, 제대로 작동하나

강청완 기자 2022. 8. 7. 0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는 그제(5일)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행정관이 김 여사의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됐고 의전 외 다른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는 여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도 함께였다. 최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사적 채용' 논란의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했다. 해당 행정관이 대선 본선 때부터 공헌했고 행사 및 홍보기획이 주 업무라며 '김 여사의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됐다'고 한 보도 내용은 억측이며 허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단독] 김건희 여사 대학원 최고위 동기도 '대통령실 근무'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850205&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

비판 보도에 대응하고 반박하는 것은 대통령실 홍보 담당자들의 정상적인 업무 영역이다. 보도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문제는 보도 전후의 과정과 대응이다. 기자는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보도 과정에서 접한 대통령실의 홍보 대응 수준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과연 우리나라 최고 권력기관의 언론 대응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지난 금요일 8시 뉴스 보도 전, 당사자인 김 모 행정관의 반론과 입장을 취재한 뒤 마지막으로 대통령실에도 사실 확인과 반론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건 게 오후 4시 쯤이었다. 여러 차례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를 남겼고, 카톡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해서 카톡을 남긴 게 오후 4시 48분이다. 이후 오후 5시 46분과 6시 4분, 회의중이라며 회의가 끝나면 답을 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다가, 저녁 7시 31분에야 "김00 선임행정관이 직접 답변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딱 한 줄 문자가 왔다.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하기엔 당황스러운 수준이었다. 김 모 선임행정관은 기자의 질문에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답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답을 하지 않은 것도 답이라면 알겠다"고 보냈더니, 보도 직후에야 전화가 왔다. 본인이 답을 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설명이었다.

김 모 행정관에겐 보도 며칠 전부터 과거 운영하던 이벤트 대행업체가 코바나컨텐츠와 업무관계가 있었는지, 김건희 여사의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된 게 맞는지, 퇴직일이 겸직위반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지, 의전 업무 외 다른 업무에도 관여하는 바가 있는지 등을 물었고 김 행정관은 이 가운데 "코바나컨텐츠와 비즈니스 관계가 전혀 없었고 겸직위반 사실이 없다"는 답을 했을 뿐 다른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 당사자의 말만 듣고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않은 채 그냥 그렇구나 했다는 건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일반 기업에서도 이 정도로 대응하진 않는다.

그래놓고 보도 몇 시간이 지나선 '과도한 억측' '허위나 다름없다' '왜곡 보도'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기자는 결코 결론을 정해놓고 취재하지 않는다. 반론권을 충분히 제공하며 보도의 핵심이 되는 의혹의 내용과 쟁점을 질문을 통해 충분히 물었다. 막상 보도 전에는 "본인이 답했다고 들었다"더니, 뉴스가 나가자 불호령이라도 떨어졌단 말인가. 그래놓고 정작 의혹의 핵심에는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기자는 여권 내부의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다수의 취재원을 대상으로 충실히 취재하고 충분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다.


해명의 내용도 그렇다. 대통령실은 "행사 및 홍보 기획이 주업무인 A 선임행정관이 '김 여사의 홍보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은 억지 비판입니다. 여사와 관련한 홍보 또한 A 선임행정관의 업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는데, 과연 100% 수긍할 수 있는 답변인지 의문이다. 해당 선임행정관은 의전비서관실에 근무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 의전비서관실에 근무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의전은 대통령 행사의 취지와 정책 등을 국민들이 잘 알 수 있게 행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서 "그걸 홍보라고 표현한다면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홍보 자체가 업무일 순 결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전이 홍보 기획을 맡는다면 홍보기획비서관이나 다른 수석실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홍보기획비서관을 새로 발탁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전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을 둘러싼 '사적 채용' 논란이 유난히 불거지는 시국이다. 벌써 한 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응도 조금 더 신중하고 세련됐어야 한다. 낮은 지지율에 홍보가 책임이 없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이 정권에선 대부분 뭐가 문제냐고 하다가 화를 키웠다. 인사 문제가 특히 그랬다. 뭐가 문제냐 항변하기보다 왜 문제라고 하는지, 어떻게 하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지 돌아보는 게 먼저다.

강청완 기자blue@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