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전역인데 "머리카락 자르라"..軍 명령에 뿔난 병사들 [이슈+]

홍민성 입력 2022. 8. 7. 07:40 수정 2022. 8. 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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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자 두발 정리하라" 軍 명령에 뿔난 병사
"아니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죠?"
갑론을박 벌어져
"원칙 지켜야" vs "꼰대 마인드"
사진=연합뉴스


남자의 자존심은 머리카락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고된 군 복무를 끝마치고 마침내 전역을 앞둔 병사들에게 '두발 정리'를 요구하는 군 방침이 거센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민간인 신분으로 복귀하는 마당에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군인들의 온라인 제보 창구인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는 최근 "전역 전날 두발을 정리하라는 부대의 명령을 받았다"는 한 병사의 토로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아니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병사는 부대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사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사진에 따르면 부대 측은 전역을 앞둔 병사들에게 "전역 대기로 복귀(하는) 용사들 두발 정리하고 복귀하던지, 전역일 전에는 반드시 두발 정리 바란다"며 "전역일 당일에 두발이 길면 자르고 출발시켜서 늦게 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른바 '말출'을 나가는 '말년 병장'들에게도 문자를 보내 "전역 전 휴가자들, 전역 당일이어도 반드시 이발하고 출발시키니까 사전 두발 정리 바란다"고 엄포를 놨다. 말출은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의미하는 말로, 군 생활을 하면서 아끼고 모은 휴가를 전부 다 사용해 기존 휴가보다 기간이 길다.

현역 병사로 보이는 네티즌부터 군 생활의 악몽이 떠오른 것처럼 보이는 네티즌까지 수많은 이들이 육대전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육대전 측도 댓글을 통해 간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전역일까지 군인이니 두발 정리를 해야 한다'는 댓글에는 2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말출을 나가고 전역 전날까지 두발 정리를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댓글에는 2600명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했다.

전역일까지 군인 신분이기에 군인으로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한 네티즌은 "군대에는 지켜야 할 군율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행해야 할 일"이라며 "전역 전 두발을 기르는 병사들의 마음가짐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전역하는 당일까지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용모는 갖춰야 정상"이라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게 되고 기본을 갖추지 않는 인간들이 이 사회에 가득 찬다면 매사 무엇이든지 자기 편의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특별히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전역 전 머리카락을 기르게 해준 것은 부대의 호의였지, 전역자들의 권리가 아니다", "(두발 정리는) 당연한 거 아니냐", "무슨 체험 캠핑 왔나" 등의 반응도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다수의 네티즌은 "전역 전에 머리카락을 길러 봤자 얼마나 길겠냐"면서 부대 측의 방침이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네티즌은 "군 간부는 직접 선택한 직업이지만, 청년들은 강제로 끌려온 것"이라며 "앞뒤 생각 안 하고 융통성 없이 군인 정신만 강조하는데 사실상 저 정도면 악의적인 괴롭힘이지 않냐"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전역하고 바로 사회생활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머리카락 자르게 하는 건 너무 심하다", "억지로 끌려온 청년들에게 '내가 너의 위에 있다'고 하려는 꼰대 마인드", "나가는 거 아니꼬워서 일부러 자르라는 것 같다", "간부들도 전역 전에 박박 밀고 전역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은 병사의 경우 앞·윗머리는 3~5㎝, 옆·뒷머리는 1㎝까지만 기를 수 있는 짧은 스포츠형만 허용하고 있다. 반면 간부는 표준형과 짧은 스포츠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를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면서 국방부 장관에게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사실상 병사 두발 규정 완화를 주문한 셈이다.

당시 인권위는 "각 군 두발 규정은 전투 임무 수행 등을 위한 것인데, 간부와 병사에게 차등 적용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미국, 영국 등 모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뿐 아니라 징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도 단정한 용모와 헬멧 등 전투 장구 착용에 지장이 없도록 장병들의 두발 길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계급에 따른 차등 적용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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