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목표는 늘 4등하는 배우.. 욕심내지 않고 최선 다할 것"
"내 안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 악역 안에서도 계속 변주할 것"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4등은 어떤 심정일까’ 싶었어요. 1등은 영웅 대접을 받고 3등까지는 환호하는데 4등은 동메달도 없는 빈손이잖아요.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저 같은 소시민의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을 연기한 배우 박지환을 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목표를 묻자 그는 “늘 4등을 하는 배우”라고 답했다. 3등 안에 들 수 없다는 것,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천만 영화가 된 ‘범죄도시2′,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요즘 흥행 중인 ‘한산’까지 올해 모든 출연작이 성공했지만 그는 “운이 좋았을 뿐 절대 내 것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주인공은 다 따로 있으니까요. 연달아 대박이라고 하지만 저는 옆에서 거든 것밖에 없어요. (하지만 광고를 6편이나 찍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실 그래서 두려워요. 이렇게 큰돈을 받아도 되나 싶고. ‘정신 차리자’고 극단적으로 경계하고 있어요.”
놀라지 마시라. 박지환은 1980년생. 외모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마동석보다 아홉 살, 박해일보다 세 살 어리다. 그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연극 무대에 서며 연기를 익혔다. ‘뙤약볕’ ‘목란언니’ ‘1동 28번지 차숙이네’···. 대중은 박지환이 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조선족 건달 장이수를 연기하면서부터 그를 알아봤다. 광고를 찍고 받은 ‘목돈’이 두렵다고 배우는 말하고 있었다. 목돈 관리법을 묻자 “통장을 들여다보지 않고 날마다 점심 값과 커피 값, 기름 값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박지환이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 장교를 연기한 모습을 보고 그를 선택했다. “당연히 왜구 역할일 줄 알았는데 나대용이라 저도 깜짝 놀랐어요. 시나리오를 보니 ‘너무 큰 사람’이었습니다. 나대용의 후손들을 만나고 생가에 앉아보고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여수에도 가봤어요. 역사적 흔적을 답사하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한산도 민박집에서는 2박 3일 바다를 바라보며 ‘장군님, 제발 꿈에라도 얼굴만 보여주세요!’ 빌었지요(웃음).”
박지환은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니 내 눈지 아니?” “티 많이 나쓰요?” 같은 대사로도 기억된다. 시나리오 저변에 있는 예상하지 못한 것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범죄도시’에서 장이수도 그런 역할이었다. “악당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회갑연으로 효도도 하고 싶고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울고 싶기도 했다”는 것이다.
장첸(윤계상)과 장이수(박지환)가 오락실에서 처음 만나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 일이다. 리허설을 하다가 박지환이 원래 동선과 달리 “장첸 앞에 앉아 노려보고 싶다”고 제안하자 윤계상이 “그럼 나도 장이수 쪽으로 더 다가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강윤성 감독이 두 배우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장첸과 장이수의 살벌한 충돌 장면을 뽑아낼 수 있었다.
악역 전문 배우 같지만 ‘한산’에서는 비밀병기 거북선을 개발하는 나대용으로 진지하고 강직한 얼굴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는 김수영의 시를 사랑한 문학 소년이었다고 한다. 무대에 서던 시절부터 그는 눈에 띄는 배우였다. 연극 ‘뙤약볕’과 ‘웃어라 무덤아’에서 그와 작업한 연출가 김광보(국립극단 예술감독)는 “거의 20년 전인데 인물을 체화하는 재능이 있었다”며 “타고난 감각을 가진 배우”라고 했다.
박지환은 악역 배우로 주로 소비됐지만 “내 안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 아쉽거나 힘들지 않고 악역 안에서도 계속 변주하려고 했다”며 “영화 한두 편 잘됐다고 벌써 취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욕심 내지 않고 4등을 목표로 달리겠다는 뜻이다. 이순신 삼부작 중 마지막 영화인 ‘노량: 죽음의 바다’(2023년 개봉 예정)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이순신에 대한 일각의 국뽕(애국주의) 논란에 대해 그는 “구국의 영웅인데 존경받아 마땅하다. 더 추앙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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