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승 비결요? '참고 기다려라' 최경주선배 응원이 큰 힘"..장애인 골퍼 이승민

오해원 기자 2022. 7. 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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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어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게요."

이승민(25)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파72)에서 끝난 제1회 장애인US오픈 남자부에서 연장 끝에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이승민은 2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집중했다"면서 "우승을 하니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이 기뻤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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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골퍼 이승민이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사진이 크게 실린 문화일보 지면을 보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이승민이 지난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리조트 6번 코스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US오픈 1라운드에서 힘차게 스윙을 하고 있다. 미국골프협회 제공

■ 장애인US오픈 초대 챔피언 ‘골프 우영우’ 이승민 인터뷰

“솔직히 우승 생각은 하지 않아

‘할 수 있다’ 말하면서 집중해

앞으로도 포기 하지않고 노력

국가대표 돼 패럴림픽에 도전”

어머니 “우영우·승민이 처럼

관심 가져주면 좋은결과 얻어”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어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게요.”

이승민(25)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파72)에서 끝난 제1회 장애인US오픈 남자부에서 연장 끝에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긴장된 승부 탓에 평소 버릇처럼 해왔던 혼잣말인 “할 수 있다”를 더 많이 외쳐야 했지만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 많은 갤러리가 환호했고, 이승민은 이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승민은 2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집중했다”면서 “우승을 하니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이 기뻤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182㎝의 큰 키에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 그리고 연신 생글생글 웃는 얼굴까지, 이승민의 모습은 여느 20대 골프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발달장애의 영향으로 언어구사 능력이 또래와는 조금 달랐다.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려고 해도 분신처럼 따라다니는 어머니 박지애(56) 씨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박 씨는 이승민이 몇 개의 단어를 반복해 이야기하면 “그래 그거야”라며 답변을 유도했다. 이승민이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할 때는 어머니가 대신 설명을 했고, 이승민은 그제야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같은 발달장애를 가진 드라마 속 변호사 우영우처럼 또박또박 말을 하진 못해도 스물다섯 골프선수 이승민은 천천히 대화를 이어갔다. 이승민은 1라운드가 끝난 뒤 골프 선배 최경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최경주는 이승민이 장애인US오픈 출전을 위해 미국에 왔다는 소식에 ‘골프는 오래 참고 기다리는 거니까 조급해하지 마’라는 응원 영상을 보냈다. 이승민은 이 메시지를 대회 내내 되뇌며 경기했다. 이승민은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우승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이승민이 장애 탓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할 때는 트레이너이자 캐디인 윤슬기 씨가 큰소리로 호통을 치며 다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들의 경기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박 씨는 “승민이가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있으니 24시간을 붙어 지내는 캐디가 ‘승민아, 정신 차려’라고 호통을 쳤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에 승민이가 다시 집중해 경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 박 씨는 최근 큰 인기를 끄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함께 이승민의 우승이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진 이들을 불편해하지 않고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역할을 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미국에 가면서 승민이와 드라마 1∼4편을 모두 봤는데 악수할 때 손끝을 잡는다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 포옹할 때 손가락을 움직이는 장면 등 드라마의 디테일이 상당히 뛰어나다. 승민이도 다른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면 슬쩍 피한다거나 하는 드라마 속 행동이 자기와 비슷하다고 웃었다”면서 “우영우나 승민이처럼 포기 않고 관심을 준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우리 사회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민은 우승 후 윤석열 대통령의 축전을 받았다. 이승민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축전을 확인했다.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박 씨는 “승민이도 선거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아는데 그런 분이 자기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사실에 정말 좋아했다”고 귀띔했다.

이승민은 패럴림픽에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된다면 국가대표로 출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열심히 준비해서 태극마크를 꼭 달고싶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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