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①] 도희서 작가 "무조건적 유희열 옹호, 아티스트 파괴하는 일" (인터뷰)

이유나,곽현수 2022. 7. 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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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씨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유희열 씨의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최초 제기되고부터 한 달 여가 지났다. 그 사이 유희열 씨는 총 두 번의 입장문을 냈고, 표절 의혹은 한 곡에서 수십 곡으로 늘어났다. 유희열 씨는 첫 번째 입장문을 통해 '아주 사적인 밤'과 '아쿠아'의 유사성을 인정했으나 두 번째 입장문에서는 여타 표절 의혹 곡들의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희열 씨의 표절 의혹을 최초로 공론화한 시인 도희서 씨는 지난해 12월, '아주 사적인 밤'과 '아쿠아'의 유사성을 인지하고 이를 안테나 측에 알리려 부던히 노력했다.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으나 답장 한 번 받지 못한 작가는 결국 사카모토 류이치 측에도 연락을 취했다. '두 곡의 유사성에 동의하지만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답신을 받은 작가는 의혹을 마음 한 켠에 묻어두기로 했다.

유희열 씨가 '아주 사적인 밤'을 음원으로 발매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이상 이 사실을 그저 묻어두고만 있을 수 없었다. 도희서 작가는 유희열 씨의 표절 의혹을 SNS를 통해 처음 제기했고, 이후 불특정다수에 의해 또 다른 표절 의혹들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이 가운데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잇뮤직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표절 사태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YTN 스타는 유희열 씨의 표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도희서 작가를 만나, 이번 제보의 배경과 표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심경을 들어봤다.

이하 도희서 작가와의 인터뷰

Q. 평소 유희열 씨를 어떤 뮤지션으로 인식했나.

유희열 님 데뷔 때부터 음악을 들었다. 당시에는 저도 음악 하는 사람이었다. 토이라는 프로젝트를 좋게 생각했고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유희열 님께서 지금 힘든 시간을 겪고 계시겠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처음 데뷔할 때처럼 좋은 곡을 또 들고 나오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표절 제보 후 후폭풍이 대단했다. 이 정도의 파급이 있을 거라 예상했나.

전혀 예상 못했다. 5월, 인스타그램에 개인적인 감상을 쓴 적은 있다. 당시에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란 곡을 누군가 표절했다고 강력히 의심이 들지만 이름은 안 밝히겠다고 적었다.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여러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어봤지만 전 얘기 안 했다. 이후 6월 14일에 공개적으로 유희열 님의 이름을 밝혔을 때, 저를 팔로우하고 계신 분들이 비교해서 들으시고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듣고 싶었다. 그랬더니 누군가 저에게 DM으로 안테나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고 하더라. 굉장히 깜짝 놀랐다. 유희열 님은 메인 테마가 중대하게 유사하다고 인정을 하고 사과를 하셨다. 유사성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발표하셨을 때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한국에서 비슷한 의혹을 인정한 사례가 잘 없다. 유희열 님이 굉장히 모범이 됐다.

Q. 유희열 씨의 대응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최초의 입장문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은 없다. 가장 큰 핵심은 유사성을 인정한 거다. 제 목적은 법적으로 소송이 걸리거나, 금액적인 합의를 하거나, 저작권을 사카모토 류이치로 돌리는 것, 그런 게 다 아니었다. 유희열 님이 표절을 인정하고 답신을 했다면 부드럽게 끝날 수 있었을 테고, 아무도 몰랐을 거다. 그 부분이 제일 아쉽다. 남의 곡으로 내가 (곡을) 만들어서 배포하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을 때, 사람은 양심을 느낀다. 창작자라면 평생 가져갈 감정이다. 저는 이게 가장 큰 엄단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이 양심을 꺼리는 게 가장 창피한 일 아닐까. 그래도, 유희열 님은 결국엔 공개적으로 인정하셨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Q. 이후 유희열 씨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이 추가로 올라왔다. '아주 사적인 밤'의 유사성을 인정한 유희열 씨는 그 외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차는 안타깝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유희열 님이 이런 표현을 쓰셨다. 상당수의 곡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추가 의혹 곡들은 적게 잡아도 스무 곡이 넘는다. 다 줄여도 네 개의 곡은 확실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서 왜 설명을 안 할까. 추가 의혹에 대한 입장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한다는 내용을 적은 입장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뭉뚱그린 점이 아쉽다.

유희열 씨
Q. 결국 유희열 씨는 13년간 진행해온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더불어 여타 출연 예정이던 방송까지 하차했다. 음원 발매도 취소했다. 자숙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여전히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추가 의혹 곡들에 대해 해명을 안 하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가 된 곡이 '아주 사적인 밤' 한 곡뿐이라 하더라도 그게 표절이 맞다면 질타의 크기도 똑같은 것이다. 이전의 뮤지션들도 단 한 곡만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다른 의혹 곡들은 차치하더라도 곡은 물론 제목, 안무까지 유사한 의혹곡들에 대해서만이라도 해명을 하는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Q. 표절 제보자로서 생각해보게 된 표절의 기준이 있을까.

표절이 법적으로는 창작자 당사자까리의 친고죄라는 틀로 정해 놓았더라도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인 이익의 처리를 위해 필요한 기준일 뿐, 표절은 실제로는 모든 감상자에게 비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100명이 들어서 90명이 똑같이 들린다고 하는 걸 90명의 귀가 이상하다고 하면 무리가 있는 거다.

Q. 창작자는 표절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신이 정말 들어보지도 않은 노래인데 표절 의심을 받을 때, 자신이 들었는데도 유사하다면 이미 발표된 곡이 자신의 곡보다 먼저 발표된 경우, 그 기존 창작물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새로운 저작물은 공급을 중지하고 권한도 내려놓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고의로 표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들어도 같으니 난 모든 권리를 나보다 먼저 창작한 작가를 위해 내려놓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좋은 대응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진짜 창작인이라면 또 다시 새로운 곡을 쓰면 된다.

Q. '아쿠아'와 '아주 사적인 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후에 또 한 번 의혹을 제기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라는 조직의 운영자가 공개했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문이 공식 입장이 아닌, 지극히 사적인 메시지였다는 점을 밝혀냈다.

처음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누군가 저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접촉을 해왔다. 자신이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 잇뮤직크리에이티브라고 밝히더라. 그 사람이 저에게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이 '사카모토 오피스에 메일을 보낸 게 맞느냐'는 거였다. 그는 마치 사카모토 측의 한국 대리인인 듯한 뉘앙스를 주었는데 그런 사람이 그들 내부적으로 공유해야 할 정보를 내게 묻는게 이상했다. 그때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그가 제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저는 사카모토 류이치를 위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는데, 그쪽은 이 일이 커지는 게 부담스러운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입장문을 통해 표절이 아니라고 인정해줬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나왔다. 제가 사카모토 오피스로부터 받은 이메일과는 뉘앙스가 달라진 게 이상했다. 전달됐다는 입장문의 영어 원문이 오픈돼있길래 읽어봤다. 'confirmed'라는 단어를 오해할 수 있게 번역했더라. '유사성을 확인했더니 표절이라고까지 확인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유사성이 있다고 결정했다/확인했다'가 맞는 번역이었다. 이를 잇뮤직 측에 얘기했더니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답변이 오더라.

이후 잇뮤직 운영자가 유희열 비공개 팬카페에서 자신이 10년 넘은 유희열 님의 팬이며, 여론을 바꾸겠다고 쓴 글을 올렸다. 이것을 누군가 캡쳐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저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사카모토 류이치 님은 (유희열 씨에게) 법적 대응을 안 할 테니 너는 갈 길을 가라고 메시지를 줬다. 근데 잇뮤직 측이 이를 언론에 공개한 거다. 사카모토 오피스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공식입장을 발표한다면 타인을 통해 발표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오피셜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쪽에서 보낸 메시지가 한국어로 번역됐다는 것도 놀라워하더라.

우리가 작품을 좋아하지 않고 작가 또는 플레이어를 좋아하게 되면 자칫 자신도 모르게 점점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팬으로서 응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숭고한 의무가 있다는 착각에 빠져, 제 행동이 결국 아티스트를 파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못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잘못했을 때 무조건 감싸주거나 위험한 방법으로 그를 보호하려고 하는 게 아닌, 같이 비판해서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다시 옳은 길로 돌아오도록 이끌어주는 게 진정한 팬이 할 일 아닐까. 내가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이 작품이 좋아서가 맞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모든 아티스트는 자신을 좋아하는 팬 보다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에게 더 감사할 거다.

Q. 최근 유희열 씨로부터 사적인 메시지를 받았다던데.

안테나 뮤직의 간부와 이메일로 소통한 적이 있다. 그분이 메일을 통해 '유희열 대표님이 도희서님께 보낸 편지'라며 보내주시더라. 저는 그걸 읽고 참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이번 일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내용이었다. 지금 그 나이에 음악가로서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유명 방송인이,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대표가... 지금 이 시점에 닥친 시련에 대하여. 저는 어쨌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 메시지를 읽으며 그분의 진심과 진정성을 느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에 잠긴 걸 느낄 수 있었다. 잘 일어서시기를 바란다.

[사진=안테나뮤직, 오센]

YTN star 이유나 (lyn@ytn.co.kr)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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