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림 좀 사셨나요?..윤혜정 '인생, 예술'

박현주 미술전문 2022.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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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을 읽다가 "LP로 음악을 듣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정들이 '음악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문장에 밑줄을 쳤습니다. 저 역시 미술작품을 보기 위한 모든 과정이야말로 '미술을 경험한다'는 느낌을 선사한다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미술을 경험한다'는 느낌까지 가려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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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얼마 전에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을 읽다가 "LP로 음악을 듣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정들이 '음악을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문장에 밑줄을 쳤습니다. 저 역시 미술작품을 보기 위한 모든 과정이야말로 '미술을 경험한다'는 느낌을 선사한다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국내 3대 화랑인 국제갤러리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윤혜정씨가 에세이 '인생, 예술'을 출간했다. "현대미술을 보고 읽는 걸 넘어 경험하는 법'을 전한다. 패션잡지 '보그', '바자' 에디터 출신으로 솔직하고 감각적인 필체를 자랑한다.

마크 로스코, 우고 론디노네, 유영국, 루이스 부르주아, 구본창 등 세계적인 작가와 국내 유명 작가(28명)와의 사적인 경험을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펼쳐냈다.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조영남)이라고 할 정로도 현대미술은 난해하다고 인식되어 있다. '어떻게 봐도 모르겠는게' 현대미술이다. 못 알아먹는 그림일수록 작품 가격은 치솟아 '넘사벽' 존재감을 뽐낸다. '현대미술은 모르지만 돈 된다'는 귀동냥에 사는 컬렉터들도 있는게 사실이다. 아는게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 돈이 되는 그림을 모을수록 알고 싶은 욕망도 커진다. 대체 무엇을 그린 것일까?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저자의 말처럼 '미술을 경험한다'는 느낌까지 가려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보고 또 보고.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모두가 관람객인 요즘이지만, 또 아무나 관람객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개념을 응용해 보자면, 관람객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읽거나 보거나 들은 것을 통해 기존의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림 한편 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이냐'고 반문한다면, 저자는 예술 감수성은 '해방된 관람객'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권리라고 알려준다.

"모든 미술 작품은 만든 이의 철학, 사유, 경험, 존재 이유 등 삶의 뼈대가 응축되고 세계의 질서가 추상화된 결정체입니다. 내가 이들을 마주할 용기만 발휘한다면, 이들은 기꺼이 나의 감정을, 욕망을, 결핍을 왜곡하지 않는 거울이 되어 줍니다."

코로나 사태 속 유례없는 미술시장 호황에 '예술로 투자하는 법'이 아닌 고리타분할 수 있는 예술 에세이를 권하는 이유다.

책은 느린 다큐 영화처럼 진행된다. 전문 서적에서 통용되는 글과 SNS를 장식하는 글, 매우 학구적인 태도와 매우 감상적인 시선, 너무 꽉 찬 이론과 너무 텅 빈 감상 사이에서 일종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마술 같은 미술의 문을 열게 하면서 삶의 감각을 일깨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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