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 이승민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 반복..포기 안 하는 선수로 기억될 것"
발달장애 딛고 프로골퍼로
연장전 끝 ‘개인 첫 우승’ 감격
세상의 빛으로 나아가게 해준
부모님께 특별한 감사 전해
“부모님께 특별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분들은 나를 어둠 속에서 꺼내 세상의 빛으로 나아가게 해주셨다.”
발달장애 프로골프선수 이승민(25)이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라 시상식에서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다. 휴대폰에 미리 적은 인사말을 읽으며 먼저 부모에게 감사 인사를 한 그는 “열심히 노력해 장애인 선수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민은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펠릭스 노르만(스웨덴)과 합계 3언더파 213타 공동선두로 마친 뒤 이어진 2홀 합산 연장전에서 버디, 파를 낚고 승리했다.
이승민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자폐성 발달장애(3급)를 갖고 있고, 노르만은 신경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안고 있는 선수다. 노르만은 “사이먼(이승민)과 경기해 좋았다. 그는 매우 훌륭한 골퍼”라고 칭찬한 뒤 “최근 수년간 내가 한 최고의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 창설한 대회에서 역사적인 초대 챔피언이 된 이승민은 “행복하다.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반복했다. 날씨가 더웠지만, 동료들이 뿌려준 물이 시원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세 살 때 자폐 판정을 받은 이승민은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과 한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부모는 이승민에게 유치원 시절부터 아이스하키를 배우게 했으나 팀워크를 맞추지 못해 개인 스포츠인 골프로 종목을 바꿨다. 배운 것을 금세 잊어버리는 바람에 어려움이 컸지만 그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고, 이승민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해 안양 신성고 시절에 프로선수가 되도록 이끌었다.
이승민은 고교 시절 전국체전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후 개인전에서는 처음 우승을 맛봤다.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고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3차례 프로대회 컷통과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이 그를 후원하고 있다.
골프는 이승민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골프에 집중하면서 그의 사회성이 개선됐고, 발달장애는 2급에서 3급으로 호전됐다. 어머니 박지애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등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생활 차원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성격과 인격을 바꿔준다”며 같은 형편의 부모들에게 조언했다.
제1회 장애인 US오픈에는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장애를 안고 있는 선수 96명(남자 78, 여자 18명)이 참가해 골프를 통해 우정을 나눴다. 남자부에서 박우식이 공동 31위(32오버파 248타), 이양우가 57위(50오버파 266타)를 차지했고 의족 체육교사 한정원(52)이 여자부 7위(58오버파 274타)에 올랐다.
남녀 우승자에게는 금메달과 트로피, 향후 5년간 대회 출전권이 주어졌다. 아울러 USGA는 장애 부문별로 8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들에게 동메달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승민과 노르만은 정신지체 선수 10명 중 공동 1위로 나란히 동메달을 받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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