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아들은 날 넘었다", 이정후 "MLB 가서 잘 해야"

김효경 2022. 7.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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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레전드 40인 TOP 4에 선정된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퓨처스 감독(오른쪽)에게 꽃다발을 전한 아들 이정후. [연합뉴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넘었다고 한다. 아들은 '아직'이라고 한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아버지 이종범(52)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메이저리그(MLB)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Jong Beom Jr.(종범 주니어)'. 16일 열린 올스타전에 나선 이정후의 등에는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이 듬뿍 담겨있었다. 이정후는 팬들을 위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처럼 레게 머리 스타일을 선보였다.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 투표에서 3위에 오른 이종범 LG 트윈스 퓨처스(2군) 감독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넸다. 이정후는 "머리는 바로 자른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반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레게 머리를 선보이고 종범 주니어란 이름을 단 이정후. [뉴스1]

이종범은 현역 시절 공수주 3박자를 갖췄던 선수였다. 역대 단일 시즌 타율 2위(0.393, 1994년),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 유격수와 외야수로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했다. 김응용 감독이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 제일 잘한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런 이종범 감독도 이제 '바람의 아들'보다 '정후 아버지'란 표현이 더 익숙하다. 이 감독은 "정후를 바라보면 흐뭇하다. 우리 아버지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난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정후는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들어가지 않았나. 올해는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던) 장타력까지 끌어올렸고, 앞으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현역 시절 이종범 감독의 모습


아버지의 말대로 이정후의 안타 생산 능력은 압도적이다. 통산 타율(0.340)은 역대 KBO리그 1위다. 투고타저 시즌이지만 올해 타율은 0.331이다. 홈런은 개인 최다였던 15개(2020시즌)를 이미 기록했다. 741경기에 뛴 이정후가 안타 11개만 치면 아버지가 작성한 최소경기 1000안타(779경기) 기록을 깨트린다.

올스타전에서도 이정후는 화려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대형 파울을 친 그는 아쉬워하면서 비디오판독을 요구한 뒤, 직접 헤드셋을 쓰고 결과(파울)를 들은 뒤 타석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안타를 치고 나간 이정후는 2루를 훔친 뒤, 양의지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1회 말 2사 1, 3루에선 박병호의 큼지막한 타구를 점프해 잡아내는 호수비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추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정후는 "(아버지를 넘어선 건)아닌 것 같다. 아빠보다 잘 하는 것도 좋지만, 20대 아버지는 너무나 잘했다. 너무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신 이정후는 아버지가 밟지 못한 무대를 이야기했다. "저는 저대로 열심히 해서 아빠가 못 해 본 것들을 제가 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해외 진출을 할 수도 있는 거고”라고 말했다. 이종범 감독은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었으나, MLB엔 가지 못했다.

'MLB 진출이 목표냐'는 질문에 이정후는 "목표가 될 수 있는 거다. 아빠는 일본에 가셨고, 만약 내가 잘해서 좋은 리그(MLB)에 가게 되고, 거기서 잘하면 제가 (아빠 이종범을) 이기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1회 초 1번타자로 나와 안타를 친 뒤 엄지를 치켜세운 이정후. [연합뉴스]

이정후의 꿈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면 포스팅(경쟁 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할 수 있다. 키움은 이미 박병호, 강정호, 김하성을 포스팅으로 보낸 적이 있다. 세 선수를 보내고 얻은 수익은 2337만7015달러(약 310억원)다. MLB 구단들은 벌써부터 이정후의 포스팅 금액 산정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포스팅이 불발되더라도 내후년엔 미국에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이적료도 없고, 더 많은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이정후의 에이전시도 MLB 계약 경험이 많고,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 구단들도 이정후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방문해 이정후를 관찰했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란 훌륭한 '쇼케이스'도 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그때부터 알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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