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김준한 "저를 한꺼풀 벗겨낸 작품이죠"[★FULL인터뷰]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정한아 작가의 장편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하며, 2017년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김준한은 남다른 야망을 품고 목표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안나'(수지 분)의 남편 '지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가난과 지방대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인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고, 눈길을 끄는 외모와 스펙을 지녔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욕망과 닮아 있는 '안나'와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우선 김준한은 자신의 캐릭터보다 작품 자체에 끌렸다. 그는 "'지훈' 역이 끌리기도 했는데 대본이 너무 좋았다.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고, 이 재밌는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제가 최지훈 역을 처음 제안받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의외였고, 상상도 못한 캐스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이 역할을 나한테 줬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치고 저는 너무 젊은 캐스팅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제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상상력에 의해 탄생하게 된 역할"이라며 "이주영 감독님은 드라마 '봄밤'을 보시고, 저라는 배우를 알게 되셨다고 하셨다. 본인이 보신 작품에서 좋은 배우들이 있으면 기록을 해두시는데 거기에 제가 있었던 것 같다. 안판석 감독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정치인을 연기하면서도 기존의 정치인을 참고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정치인의 모습을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선례일 뿐이다. 저는 의사가 됐든, 기업인이 됐든, 정치인이 됐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으로 연기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고, 이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다 보면 그 역할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인물이기 새롭게 뭔가를 상상해서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 부담감으로 다가왔지만, 김준한은 그 역할의 사고방식을 생각하며 집중했다. 그는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 곧 행동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계속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며 "대본은 단서가 되는 거고, 이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상황 안에서도 이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하는 걸 성실히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역할을 연구하고, 생각하며 완벽하게 '몰입'한 김준한은 "개인적으로 생각이 바뀌면 얼굴도 바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 얼굴도 좀 변했던 것 같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더라"라며 "주변을 좀 내 기준으로 끼워맞추려고 하고, 컨트롤하고자 하는 면도 있었다. 주변을 답답해하기도 하고, 가르치려 들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무서우니까 쳐다보지 말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준한은 '안나'를 통해 많은 것을 새롭게 느끼고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매 순간순간이 너무 신기했고, 너무 설렜고, 너무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또 '안나'를 통해 스케일이 큰 세계를 다루는 경험을 해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람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역할은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좋은 자극이 됐고, 저라는 사람을 한꺼풀 벗겨내준 작품인 것 같다. 인간으로서는 많이 망설이게 되는데 눈치도 보고 배려하고 살다 보면 가면이 두꺼워지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런 어떤 연기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틀을 깨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배우로서는 득이 되는 경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밴드 izi 출신인 김준한은 음악 활동을 하다가 31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이제는 진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사실 전에는 괜한 고집이 있었다. 이제 배우기 때문에 배우로서만 보여지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고, izi 출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근데 지금은 izi 활동이 내 연기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며 "또 '응급실'이라는 노래를 오랫동안 사랑해 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복받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음악을 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는데 뭔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한 번의 인생을 살면서 두 번의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 일을 하는 게 아직도 너무 설레고 재밌다. 지금은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너무 설레고, 기다려지는 마음"이라고 배우 활동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김준한은 "어느 쪽으로든 좋다. 비주얼적으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정반대로 가볼 수도 있는 거다. 따뜻한 이야기도 한 번 해보고 싶고, 허당 같은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코미디도 좋아한다"며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많고, 저도 제가 어떤 걸 하게 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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