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종병기 앨리스' 김태훈 "이런 악역은 처음이야"
배우 김태우의 동생이기도 한 김태훈은 1997년 극단 한양레퍼토리 단원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 올해로 데뷔 26년 차를 맞았다. 틀에 갇히지 않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동성을 사랑하는 동성애 연기를 한 적도 있고, 한 여자를 향한 집착적인 사랑 연기를 펼친 적도 있다. 부드러운 인상 뒤로 숨겨진 악랄한 악인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가장 많은 고민과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여전히 '연기'였다.
-'최종병기 앨리스'가 최종회까지 모두 공개됐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여타 드라마 찍을 때 분위기와는 달랐다. 감독님이 전형적이지 않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서 촬영장 가면 계속 바꿔가며 연기를 했다. 과거 드라마 '앵그리맘' '나쁜 녀석들' 등에서 악역을 한 적이 있는데 감정의 극까지 가는 모습이라 표현 자체가 자유로웠다. 모든 게 내가 느껴지는 대로 웃어도 되고 울어도 되는 그런 지점이 새롭고 매력적이었다. 하면서 즐거웠다."
-스파이시란 캐릭터 자체에 카리스마도 있고 섹시함도 있었다.
"그렇게 표현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에너지를 응축해 편하게 했다. 약을 먹은 환각 상태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이 나오는 인물이지 않나. 카리스마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이 지점을 찾아야 설득력이 있는 연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점만 고민했다."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정당성이 있어야 했다. 스스로 믿어져야 흉내 내는 느낌이 들지 않지 않나. 겉으로만, 피상적으로만 느껴지면 재미없고 공감이 안 되니까 그 부분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앨리스에게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앨리스가 왜 그랬을까' 등 상상을 계속했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대본을 딱 읽었을 때 '정말 미친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이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연기적으로 자유롭게 열려 있다고 생각해 흥미로웠다. 그리고 서성원 감독님이 첫 만남 때부터 편하고 좋았다. 서로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는데, 그 대화에서 불안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뭘 해도 받아주겠다는 확신이 생기더라. 현장에서 작은 수정들 역시 흔쾌히 받아주고 함께 얘기해가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이병헌 감독님을 사석에서 따로 만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야외 산속에서 찍는 촬영이 있었는데 누가 내 의자에 앉아있더라. 마스크도 다 하고 있고 모니터 뒤에 앉아 있어서 누군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이병헌 감독님이라고 해서 인사를 하러 갔다. 서로 낯을 좀 가리는 것 같다. 그렇게 황급하게 인사만 나눴다.(웃음)"
-이병헌 감독의 전작들을 본 적이 있나.
"특유의 B급 정서가 재밌는 것 같다. 영화 '스물'을 너무 재밌게 봤다. 소재나 대사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작업할 때도 함축적인 대사나 지문들이 재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극 중 킬러여도 액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작년에 tvN 드라마 '나빌레라'를 찍으면서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오랜 시간 절뚝이며 살았다. 그 사이에 옴니버스 영화 '잭팟'이란 작품과 독립영화 '우수'라는 작품을 촬영했다. '잭팟'과 '우수'는 절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인물 자체를 그런 전사가 깔리게 만들었다. '최종병기 앨리스' 찍을 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조심했어야 했던 상황이다. 어기적거리며 걷는 스파이시의 모습이 그때의 내 상황과 비슷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장면 자체가 달라진 것들은 있으나 액션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스파이시가 고난도 액션을 잘하는 무술 전문가가 아니라 잔인한 행동으로 악인 면모가 드러나는 편이라 그 인물에 맞게 하려고 노력했다."
-후배 박세완, 송건희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시하는 게 있다면.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낯선 직업이나 말, 행동을 할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게 어려운 지점이 되기도 하지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작업,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작품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글이 재밌고 감독님이 좋다면 역할은 크게 상관이 없다."
-'최종병기 앨리스'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있나.
"(시즌2 제작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 만약에 시즌2가 나온다면 (시즌1이) 즐거운 작업이었으니 흔쾌히 하고 싶다."
-현재 가장 집착하고 있는 것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진짜 집착인 것 같다. 잘하고 싶다고 해서 잘하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내 삶은 평범하니까 표현들이 제한적이다. 집착의 수준으로 '왜 난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나'를 고민한다. 매일 반복되는 것 같다. 스스로의 연기를 관대하게 봐주지 못하니 모니터 자체를 못 하는 것 같다. 이 지점이 항상 고민이다."
-형 김태우도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연기하고 있다. 형제 연기자의 장점 혹은 단점이 있나.
"장점도 단점도 없는 것 같다. 다만 겹치는 스태프들이 많다 보니 형이 스태프들에게 한 배려들에 대해 얘기 듣는다. 그런 얘길 들으면 '내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사과한다.(웃음) 형은 세심하게 스태프들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촬영이 없을 때 즐기는 취미가 있나.
"그냥 산책한다. 최근 SNS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필라테스 하러 가는 곳에 강아지가 있다. 그곳에서 찍은 강아지 영상, 물 흐르는 영상 등 일상을 올리곤 한다. 그렇게만 살아도 하루가 금방 간다. 에너지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재충전 비법은 누워 있거나 혹은 흐르는 물을 보는 것이다."
-가족들과 예능 출연에 대한 욕심은 없나.
"아이가 둘 있다. 일부러 공개를 안 한 건 아닌데 같이 출연하거나 가족에 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가끔 예능이 들어오긴 하는데 자신이 없더라. 사생활이 오픈되는 게 부담된다. 극 중 모습과 내 진짜 모습은 다르지 않나."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혹은 장르가 있다면.
"좀 더 평범한데 훨씬 더 바보스럽거나 유약한 인물을 해보고 싶다. 예전에 어두운 분위기의 멜로를 찍은 적이 있는데 여전히 격정적인 멜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B급 정서를 무척 좋아한다. B급 정서의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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