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시와 소설 즐겨쓰던 수학자 필즈상 수상 영예 안았다

고재원 기자 2022. 7. 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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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교수)는 중학생 시절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허 교수와 막역지우로 지내온 박준택 씨는 허 교수를 소개하며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나는 그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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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2018년 세계수학자대회 초청강연자로 초대됐을 때 고등과학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동아사이언스 제공

5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교수)는 중학생 시절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허 교수와 막역지우로 지내온 박준택 씨는 허 교수를 소개하며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나는 그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당시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이던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 사이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한국에서 다녔다. 서울 방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수중학교를 다니던 허 교수는 예술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친구와 함께 뒷산에 올라 세상을 관찰하는 것도 즐겼다. 집 근처 나무들을 가리켜 ‘쟤네들’이라 불렀고 다리 위로 기어오르는 풀벌레를 ‘얘’라고 불렀다. 성당 피아노로 직접 작곡한 곡을 연주하며 전날 밤하늘에서 본 사자자리를 유성우를 논했다. 허 교수가 직접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 소개한 박 씨는 “준이는 수학도 예술처럼 했으리라 추측해본다”며 “준이가 이 글을 읽는다면, 수학도 예술이라고 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함께 박사과정 생활을 한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허 교수를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는 그만큼 집중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전혀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 소개했다.

허 교수는 이수중을 졸업하고 상문고를 다니다 중퇴했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다. 고등학교 자퇴 후 1년 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 문학책을 읽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다시금 학업에 집중했다. 1년 간 재수학원을 다니며 입시 준비를 해 서울대 물리천문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수학과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이후에는 미국 어배나쌤페인 일리노이대에서 수학과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여기서 매일 수백 장씩 논문을 읽었다. 수학과 건물 지하 컴퓨터실에 항상 종이와 프린터 토너가 부족할 정도였다. 김 교수는 “허 교수는 마치 고래가 크릴을 먹어 치우는 것처럼, 지식을 최대한 많이 습득한 후에 그 지식들 사이에 연결성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이라며 “종일 논문을 읽다가 도저히 더 읽지 못할 때는 스타크래프트 경기 방송을 틀어놓고 논문 초록을 읽으며 더 읽을 논문들을 찾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허 교수는 박사과정 1학년 때 세계 수학계 난제로 꼽히던 리드 추측을 증명했다. 미국 주요 대학들에서 초청 강연을 한 스타가 됐다. 미국 언론 사이에서 “마치 18세에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은 사람이 20세에 윔블던에서 우승한 것과 같다”는 표현도 나왔다. 이후 미시간대로 대학원을 옮겨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로타 추측’도 해결했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수학자로서 자신의 전성기는 막내를 대학에 보낸 뒤에야 올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수학자로서 모든 걸 이룬 끝이기보다는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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