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이언트스텝’에 도미노 금리 인상…다시 ‘R의 공포’

이윤주 기자

스위스·영국 등 각국 ‘물가 잡기’ 고강도 긴축 흐름에 잇따라 동참

금리 인상에 경기 둔화 불가피…미국 주담대 금리 13년 만에 최고

미 ‘자이언트스텝’에 도미노 금리 인상…다시 ‘R의 공포’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지나가자 곧바로 경기 침체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뜻을 속속 공식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상으로도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긴축 과정에서 ‘약한 수준의 경기 침체’가 기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기 연착륙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에는 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까지 착수하자 주요국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16일(현지시간) 연 -0.75%로 유지했던 정책(기준) 금리를 -0.25%로 0.5%포인트 올렸다. 스위스가 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9월 이후 약 15년 만에 처음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며 경기를 부양해왔던 스위스마저 고물가 대응이 시급해진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강한 신호를 줬다. 지난달 이후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등이 이미 빅스텝에 나섰고, 연준은 자이언트스텝을 또 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전날 연준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낮췄는데, 이는 2% 전후로 평가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식 등 자산가격이 조정되는 영향도 있겠지만 가파르게 상승한 비용이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 여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고정금리가 연 5.78%를 기록해 2008년 11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주 동안 금리는 0.55%포인트나 뛰었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교적 빠르게 경기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지표가 하락 반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5월 주택 착공 건수는 155만건으로, 전월보다 14.4% 급감해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활동 지수는 -3.3으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마이너스 지수는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전날 발표된 5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3% 줄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후퇴 시기에 있다고 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결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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