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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에도 물가잡기 ‘난망’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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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7 07:00:00 수정 : 2022-06-16 21: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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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금리 역전 가능성
한은, 인상폭 확대 불가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지난달 수입물가가 역대 최고치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감세, 규제철폐 등을 통해 ‘기업 투자 확대→일자리 창출→소득 개선→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부동산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혁신산업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반면, 세수 감소 등에 따른 제정 건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28년 만의 자이언트스텝에 나섰다. 우리 경제 수장들은 “예상 범위”라면서도 향후 추이 및 여파와 관련해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올해 말까지 한은의 속도감 있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이러한 국내외 대응에도 불구하고 수입물가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한 상황이다.

 

◆尹, 감세·민간주도로 “경기 체질 바꾼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현행 25%에서 22%로 인하된다. 기업에 대한 대표적 페널티 과세로 꼽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폐지된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활동 지원을 통한 경제성장을 모델로 삼는 ‘尹노믹스’의 시작이다. 정부는 또 주거 안정 차원에서 1세대 1주택자의 평균적 세부담은 가격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올해 한시적으로 1세대 1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한다. 이에 따라 종부세 과세 기준선이 공시가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정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진행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를 민생 위기 극복·경제성장·양극화 문제 해소로 꼽으며 “어려울수록,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개혁과 불공정 행위 엄단, 민간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윤석열정부는 민간·기업·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을 강조했다. 현재 4단계인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첫해인 2017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한 지 5년 만에 원상 복귀하는 것이다. 새 과표구간은 다음달 세법개정안 때 발표된다. 

 

또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미환류된 소득의 20% 세액을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는 투자·상생협력 촉진과세 특례 제도는 폐지된다. 법인세 인하와 투자·상생협력 촉진과세 폐지는 최근 대한상의가 건의한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기존의 규제는 민간 경제 활력을 위해 ‘혁파’ 수준으로 완화한다. 각종 인허가권 등 중앙정부의 규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관할이 다수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뒤얽힌 덩어리 규제는 제도·법령을 통합적으로 정비하는 ‘규제 원샷 해결’ 방식을 도입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1세대 1주택자의 평균 세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환원을 추진한다.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고,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추면서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특별공제 3억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1세대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기준선이 공시가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다.

 

이날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는 물가는 올해 4.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전망치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예상됐으며, 한국은행 전망치(4.5%)보다 높은 수준이다. 

 

야당은 새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을 ‘이명박(MB) 정부 시즌2’와 ‘부자감세’라고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 향후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꺼내든 첫 처방은 인기 없이 흘러간 유행가를 또 틀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명박정부의 ‘규제 전봇대’, 박근혜정부의 ‘손톱 밑 가시’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실제 정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경제정책으로 회귀한 게 대부분”이라며 “정부 경제정책에는 (서민 물가 등) 이와 관련된 대책은 없고 법인세 인하 같은 재벌·대기업 특혜와 부자감세 정책들로 상차림했다”고 꼬집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자이언트스텝에 시장 ‘일단 안도’했지만… 어려움은 가중될 듯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에 따라 시장의 안개가 일부 걷혔다. 그러나 다음달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정점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스피 역시 상승 출발해 한때 2500선을 회복했지만 장중 하락하면서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수석,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FOMC 주요 결과와 국제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했다. 우리나라 재정·통화·금융당국 등 경제 수장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 수장들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에 대해 “예상한 범위 안에 있는 수준”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경계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이 중첩됨에 따라 현 국내 경제 상황이 복합적 위기에 직면했으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물가 안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공통된 인식 아래 총력 대응 △금융·외환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공동 대응 노력 강화 △경제·금융 여건 악화 시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들에 대해 긴밀한 협력·관리 등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추 부총리는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공급 측면의 원가 부담 경감,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다각적 대응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외환시장의 경우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유지하면서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재부와 한은은 채권시장에서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국고채 긴급 조기상환(바이백)과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등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은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한다”며 “향후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외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정부와 협력해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내외 위기가 증폭되는 경우에도 대내외 충격을 흡수하고 자금 중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유동성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장의 반응도 경제 수장들의 반응과 결을 같이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3포인트(0.16%) 상승한 2451.41에 장을 마감했다. 8거래일 만의 상승이다. 오전 한때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로 2500선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세로 전환하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코스닥지수도 802.15로 마감, 전날 대비 2.74포인트(0.3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그만큼 시장의 ‘체력’이 약하다는 것의 방증”이라면서 “시장이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129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4.9원 떨어진 1285.6원으로 마감했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2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 오른 연 3.728%에 장을 마쳤다. 2011년 4월 이후 11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美 자이언트스텝에 한은도 빅스텝?

 

미국이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보폭을 키움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8년 만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향후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국은행의 첫 빅스텝(〃 0.5%포인트 〃)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한은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의 0.75%포인트 인상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미 연준은 올해 안에 추가로 수차례 자이언트스텝 또는 빅스텝을 예고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달 FOMC 회의에서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은 올해 말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FOMC 회의 결과 발표 직후 골드만삭스는 다음달 0.75%포인트 인상을, 바클레이스는 0.5%포인트 인상을 각각 예견했다.

 

이번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줄었다.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을 경우 다음 달 미국이 빅스텝만 단행해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서는 한은도 최소한 빅스텝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7월13일)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들의 매파적인 성향이 감지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네 차례(7·8·10·11월) 0.25%포인트씩 올려 연내 2.75%까지 인상할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올해 말 2.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던 지난달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국인 미국과의 금리 수준이 역전될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다만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등 우리나라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수입물가지수 역대 최고치… 물가 상방 압력 여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달 수입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5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잠정치)는 153.74(2015=100)로, 4월(148.38)보다 3.6% 올랐다. 지난 4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수입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첫 내림세를 보였지만, 불과 한 달 사이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36.3% 높은 수준이다.

 

수입물가가 다시 상승 전환한 데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지난달 월평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8.16달러로 4월(102.82달러)보다 5.23% 상승했다. 1년 전보다는 63.0% 급등했다.

 

원재료는 광산품(7.1%)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6.5% 상승했다. 화학제품(3.1%), 석탄 및 석유제품(1.6%) 등이 오르면서 중간재도 전월 대비 2.0% 상승했다. 자본재는 2.0% 상승했고, 소비재는 1.8% 올랐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3.1%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4월 하락했던 유가가 5월 들어 다시 5.2% 정도 오르면서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수입물가 상승 전환에 영향을 줬다”며 “최근 들어 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고, 유가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13일까지 평균 115달러로 치솟고 있어 수입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반영됐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4.7%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5월 수출물가지수는 131.35로 4월(127.45)보다 3.1% 올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은 전월(1.5%)보다 확대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3.5% 올라 16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수 자체로는 2009년 3월(133.2) 이후 1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물가지수는 2019년 10월 100 아래로 내려갔으나 지난해 3월 다시 100을 넘긴 후 13개월째 100을 상회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석탄·석유제품(8.2%), 화학제품(3.0%), 섬유·가죽제품(3.0%) 등의 4월 대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세부 품목에서는 휘발유(17.8%), 경유(6.9%), OLED(유기발광다이오드·3.1%), D램(2.5%) 등의 가격이 올랐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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