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이 현지시간으로 15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이 현지시간으로 15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다음달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 역사상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내린 '빅컷'(2020년 3월 1.25%→0.75%)을 단행한 적은 있지만 '빅스텝'에 나선 적은 전무하다.

특히 미 연준은 이달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역전'을 앞둔 한국은행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준금리(1.75%)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같은 수준이 됐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1994년 11월 0.75%포인트 올린 이후 27년 7개월만이다.


미국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강한 통화긴축 정책에 나서면서 한국은행 금통위도 다음달 1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75%로 같아진 상황에서 미 연준이 다음달에도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 미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라선다. 한국이 다음달 빅스텝을 밟아도 기준금리는 2.25% 수준에 그쳐 한미간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뿐만 아니라 국내 물가가 계속 치솟는 점도 빅스텝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4% 상승해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률은 향후 6%선을 뚫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말 한국 기준금리 전망치를 2.5%에서 3.0%로 올렸다. 한은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JP모건의 수정된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은 5.2%로 5월 금통위 당시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경로가 가파르고 미국의 정책금리 역시 3분기 더 공격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금통위도 7월에는 더 높은 기준금리를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음달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정점 확인은 올 가을 정도로 보고 있고 그 이후에도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와 국내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해말까지 총 4차례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최소 1번 이상은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의 연속 인상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세 둔화, 민간부채의 상환부담 증가, 취약부문의 부실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나 여러 지표로 점검해 본 결과 아직 감내할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