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택시 합승 부활했지만 불안감 여전 "하루 한 건 받을까 말까"

이종현 기자 2022. 6.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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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만' 합승 조건에도 승객들 범죄 가능성에 '불안'
전문가 "승객 안전 위한 대책 강화·법적 인센티브 고려 필요"

지난 15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도로에는 ‘예약’을 알리는 불빛이 켜진 택시가 끊임없이 지나갔다. 이따금 바뀐 ‘빈차’라는 불빛은 1초 만에 ‘예약’으로 바뀌었다. 귀갓길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휴대전화 속 택시 배차 콜이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 택시 잡기가 어려웠지만 합승 택시인 ‘반반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기자가 직접 강남역에서 회기, 망원, 홍대, 신촌 등 여러 지역으로 합승 호출을 불렀지만 매칭되는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반택시기사인 나모(48)씨도 “하루에 합승 콜은 하루에 받을까 말까 한다”며 “합승을 긍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만난 승객들도 ‘택시 합승’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심야 시간대 승차난을 해소할 거라는 기대감보다 택시 합승 과정에서 범죄 노출에 대한 불안감이 더 우세한 모양새다. ‘동성 간 합승’만을 허용하겠다고 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불안감은 높은 편이었다.

'반반택시' 어플을 이용해 택시 합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화면 캡처. 결국 단 한 건도 합승객 매칭이 되지 않았다/민영빈기자

1982년 금지됐던 택시 합승이 15일 부활했다. 다만 택시기사가 임의로 합승시킬 순 없다. 현재 합승영업이 가능한 택시 어플은 ▲반반택시(서울) ▲포티투닷(포항) ▲씨엘(인천)이다. 이중 2000cc 미만 경형·소형·중형 택시는 같은 성별끼리만 합승이 가능하다. 그 이상인 모범택시나 고급택시, 6인승 이상 10인승 이하 승용차, 13인승 이상 승합차 등 대형택시는 성별 제한이 없다. 승객 모두 앱을 통해 신청한 경우에만 합승이 이뤄지고, 합승하는 모든 승객은 합승 상대방의 탑승 시점과 위치를 알고, 좌석정보도 탑승 전 서로 공유해야 한다.

택시 합승 서비스는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합승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모습이다.

이날 택시를 기다리다가 만난 구남희(28)씨는 승차난에도 택시 합승 앱 이용은 무섭다고 했다. 구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경우엔 할증도 붙으니까, 이용할까 하다가도 선뜻 이용하지 못했다. 택시 범죄를 떠올리면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동승자가 같은 성별이어도 그 사람이 범죄자가 아니란 법도 없고, 범죄자랑 짜고 친 사람이면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승차난에도 구씨는 합승 대신 개별 택시 이용을 고집했다.

야근을 하고 택시를 앱으로 부르던 직장인 박성현(33)씨도 “지금도 혼자 타면 기사가 말을 걸어서 불편할 때가 있는데, 합승까지 한다고 생각하면 더 불안할 것 같다”며 “택시 잡은 사람과 실제로 타는 사람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럴 때 따지는 것도 피곤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비용보다는 편안함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택시 환승 서비스를 둘러싼 승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시행령에 명시된 ▲차량 안에서 위험 상황 발생시 경찰 또는 고객센터에 긴급 신고할 수 있는 기능 보유 ▲탑승 전 승객에게 신고 방법 공지 등을 지키고자 하고 있다. 김희경 코나투스 홍보 담당자는 “승객의 안전 문제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2년간 규제 샌드박스 내 서비스 운영에서 단 한 건의 합승 관련 안전 사고 발생하지 않았다”며 “시행령 발표와 함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늘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 합승 서비스가 보다 활성화되려면 승객의 안전 보장책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승차난에서 이용자들에게 하나의 선택권이 더 늘어난 건 긍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동성 간 합승만으로는 승객들의 불안감을 완전 해소하진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보다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차원의 보호를 제공한다면 불안했던 승객들도 안전장치를 믿고 택시 합승 서비스를 더욱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법적 보호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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